어제는 아침일기를 쓰지 못했다. 스타벅스에 7시쯤 도착했으나 인트라넷에 접속해 공문을 확인하고 오전 내내 골몰하느라 마음을 표현하지 못했다. 친구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좀 힘든데 힘 좀 빼려고’라 말했다. 말하고 보니 마음을 잘 나타냈다. 힘을 좀 빼야겠다. 흘러가는 대로 나를 맡겨야겠다. 나는 충분히 내 몫을 다 하고 있다. 진지하고 현실성 있는 태도로 업무와 생활에 임하고 있다. 욕심을 줄이자. 나를 증명하겠다는 부담감을 내려놓자. 존재만으로도 나는 나의 무게를 증명하고 있다.
여행을 가기 전에 신변을 정리하려고 한다. 신변을 정리한다고 해서 죽음을 떠올릴 수도 있겠으나 그런 것은 아니다. 나와 내 몸 주위를 정리하고 나서 업무와 일상으로 복귀할 것이다. 2주나 되는 긴 시간이다. 올랜도와 뉴욕, 시애틀을 간다. 의미를 부여하되 너무 심각해지지는 말자. 갔다와서 할 일은 갔다와서 하자. 이렇게 4월이 지나면 미국 생활은 정말 반환점을 돈다는 느낌이 들 것이다. 계기를 마련하고 싶다. 서성거리지 않고, 머뭇거리지 않고 뚝심있게 일관되게 앞을 보고 나아가고 싶다. 그렇게 할 것이다.
아들도 친한 친구가 생겨서 다행이다. 딸은 원래부터 친했던 동네친구가 있다. 미국생활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잘 적응하고 있다. 나는 나대로 헤쳐나가고 있다. 아내는 아내대로 잘하고 있다. 신해철의 발언을 흉내내서 새벽에 나의 가장 큰 고민은 입 안의 찜찜함이라고 생각했다. 거대한 고뇌 속에 있다고 포장할 수 있지만 삶은 결국 지금 이 순간 내가 들이쉬고 내쉬는 숨 하나다. 숨 하나의 의미를 떠올리자. 숨 하나에 가치를 부여하자.
어제 축구를 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결국 갔다. 가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무거운 마음으로 끝까지 뛰었다. 언젠가 가벼운 마음으로 뛰는 순간이 올 수도 있지만 요원한 일이다. 그렇지만 밀고나가는 것이다. 여행으로 2주동안 축구를 참석하지 못한다. 오랫동안 기다려온 브레이크다. 축구를 조금 쉬고 싶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기회를 만들었다. 조금 천천히 숨을 고르며 가려고 한다. 축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아쉬움이 남았지만 맥도날드에 들러서 프라페를 사먹었다. 프라페를 먹으며 문화다방 신해철 편을 들었다. 산책 실렁실렁교를 생각했다. 인생은 어쩌면 보너스 게임이다. 보너스 게임이니 커다란 부담을 갖지 말고 살자. 좋은 말, 좋은 생각, 좋은 행동을 반복해나가자.
이 시간에 일기를 쓰니 마음가짐이 새롭다. 어쩌면 새로운 루틴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아침에 사무실까지 걸어와 시간을 보내고 차로 집을 왔다갔다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힘들다고 가만히 있지는 않으려 한다. 데이원 정신일 수도 있겠고 일신우일신일 수도 있다. 어제의 나는 죽었다. 죽음을 떠올리던 나는 죽었다. 나는 매일 새로 태어난다. 아침시간을 소중히 여기자. 나의 존재가 매일 갱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