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뒤늦게 일기를 쓴다. 어제 쓴 해외시장뉴스를 마무리하느라고 아침일기가 늦어졌다. 전화외국어 수업을 앞두고 노트북 자판을 두드린다. 어제는 하루종일 원고를 썼다. 오전에는 미주한국일보에 보낼 칼럼을 썼다. 맥도날드에 대한 이야기를 썼다. 3시간 걸렸고 만족할 만한 수준의 작품이 나왔다. 총 4편을 보냈고 올해는 20편 정도 쓰게 될 것이다. 내년까지 치면 45편 정도가 되겠다. 이란에서 내일신문, 경향신문에 보냈던 원고와 비슷한 수준의 분량을 미국생활에서 쓰게 될 것이다.
쓰는 사람으로서 나의 정체성을 살리고 있다. 아침일기도 쓰는 이로서 나의 존재를 일깨우기 위해 쓴다. 쓰면서 몰두하는 경험을 한다. 글을 통해서 내가 살아있음을 느낀다. 방황하고 흔들리던 시기도 있었지만 그 시기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품는다. 나는 제자리로 돌아올 것이다. 내가 추구하는 가치를 구현할 것이다. 옳고 그름의 차원에서 접근하지 않는다. 내가 선호하는 방식을 밀고나가고 싶다. 흔들리지 않고 싶다.
어제 해외시장뉴스를 쓰면서도 흔들렸다. 이게 과연 어떤 함의가 있을까? 나는 무슨 가치를 제시할 수 있을까? 일요일 아침 내내 고민했던 부분이다. 프리미엄 해외시장뉴스를 만들어내겠다는 욕심이 나를 일요일 오전 내내 피폐하게 만들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답답했지만 쭉 밀고 나갔다. 축구를 나갔고 집에 와서 늘어졌다. 월요일 아침이 되자 고민을 줄이고 깨자마자 회사에 갔다. 씻지 않고 갔다. 아침시간에 글을 쓰면서 하루를 계획했고 차로 집에 와서 다시 씻고 갔다. 새로운 루틴을 만들고 있다.
일어나는 시간은 5시에서 5시 반 사이가 적당하다. 바로 운동복을 입고 회사까지 걸어가면 30분이 걸린다. 6시 전에는 사무실에 도착해서 아침일기를 쓰기 시작한다. 30분에서 1시간이 걸릴 것이다. 아침일기를 쓴 다음에는 그날 할 일을 정리하고 전화외국어 수업에 돌입한다. 계절의 리듬을 타야 한다. 하루에도 사계절이 있다. 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겠다고 다짐한다. 봄 시간을 가장 밀도있게 써야 하루를 충실하게 보낼 수 있다. 봄을 어떻게 보낼지에 대한 힌트를 얻었다. 다시 마음가짐을 새로이 했다.
몇 시간 후면 어머니와 누나가 도착할 것이다. 가족이 오기 전에 마음의 안정을 찾아서 그나마 다행이다. 휴가기간 동안 온전한 나를 회복하려고 한다. 직장고민에 얽매이지 않겠다. 회사에서 새로운 전형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미국에 있는 동안은 지금 내가 관심을 두는 일에 몰두하자. 성찰적 태도로 기록하자. 어떤 결과물이 될지 모르겠지만 ‘실리콘밸리 스케치’를 계속해나가면 무언가 손에 잡힐 것이다. 고도원의 아침편지를 흉내내 김삶의 아침일기를 기획하려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가능성이다. 얼마나 내가 뚝심있게 밀고나갈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주말을 빼더라도 1년에 300쪽 가량의 일기를 쓸 수 있다면 원고의 토대가 만들어진다. 아침일기를 계속 써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