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클라라 오거스틴 드라이브 2850 맥도날드에서 쓴다. 어제는 알찬 여행을 했다. 몬테레이 17마일을 갔고 오는 길에 길로이에서 쇼핑을 했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으나 각자 아이템을 하나씩 샀다. 나도 두바이에서 산 선글라스를 10년 가까이 썼으니 하나 장만할 때가 됐다. 만족스럽게 물건을 샀다. 아웃렛에 가면 정신이 팔려 헤어나오지를 못한다. 싼 물건을 최대한 쓸어담아야 할 것 같고 이것저것 재다 보면 시간이 훌쩍 흘러버린다. 소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최대한 접점과 기회를 만들지 않는 것일 테다.
어머니와 누나는 그제 오전에 도착했지만 내일 저녁에는 올랜도로 떠난다. 나도 동행한다. 오늘은 나파밸리나 새크라멘토 근처 와인 농장에 가서 시음을 하며 시간을 보낼 계획이다. 캘리포니아에서는 따로 호텔을 잡지 않았고 오전에 나갔다가 저녁에 집에 와서 자는 방식으로 여정을 소화하고 있다. 어제 점심은 살리나스의 허름한 패스트푸드 가게에서 해결했다. 위너슈니첼이라는 핫도그 식당이었다. 미국식으로 핫도그와 감자튀김, 음료를 시켜서 하나씩 먹었다. 로드트립을 하면서 중간에 끼니를 때우는 느낌도 나면서 제 나름 운치가 있었다. 오늘도 재밌는 로드트립을 할 것이다.
신문에 칼럼이 실리는 날이다. 새벽에 깨서 전자판을 보니 ‘실리콘밸리는 어디일까’ 편이 실려 있었다. 실물신문을 기대하고 문을 열었으나 집 앞에는 신문이 없었다. 배달이 꾸준하게 되지 않는 점이 안타깝다. 가족이 왔을 때 자랑스레 신문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아쉽다. 오클랜드 미주 한국일보에 전화해서 다시 배달해줄 수 있는지 물어봐야겠다. 원고료를 받지 못하는 점이 여전히 마음 한 켠에 걸리나 후배가 이야기한 것처럼 돈을 주면서 칼럼을 실어야 할 기회일 수도 있다. 해결되지 않는 문제에 집착하기보다는 가능한 부분에 집중하자. 그게 김삶의 자세이자 김삶다운 접근법이라고 생각한다.
아침에 쓰는 일기가 습관이 되고 있다. 아침일기가 루틴이 되고 있다. 가족을 만나면서 내가 그동안 얼마나 관념에 빠져 있었는지 깨닫고 있다. 미국생활을 포기하려고 했던 마음은 어리석었다. 삶을 놓아버리려 했던 나는 나태했다. 자그마한 불씨라도 살려나가야 한다. 미국생활 15개월차를 맞아 나는 기회를 마련했다고 생각한다. 아침일기를 쓰면서 내 존재를 회복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쓰는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을 잊지 말자. 성취가 많은 삶도 좋지만 다짐이 많은 삶도 훌륭하다. 나는 매일 아침 내 삶의 자세를 가다듬고 있다. 다짐을 반복하고 있다. 좋은 삶을 살겠다는 다짐을 말이다.
이란생활의 교훈을 떠올리자. 조로아스터교의 가치를 생각하자. 좋은 삶은 좋은 생각과 좋은 말, 좋은 행동이 모여서 형성된다. 조용하지만 묵묵하게 움직이고 싶다. 이미 그렇게 유동하고 있다. 이번 휴가에서 회사 일과는 자의반 타의반 거리를 두고 있다. 주말에 몰아서 확인하면 될 것 같다. 가족과 보내는 시공간에 온전히 집중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