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일기] 하늘을 우러러보다

by 김삶
하늘을 우러러보다. 구름 한점 없다. 흠결 많은 삶을 살고 있지만 난 아무것도 뉘우치지 않으련다. 낙타의 탈을 쓴 사자, 사자의 탈을 쓴 아이, 노예의 탈을 쓴 주인으로 살아가다.

"진정한 청춘을 보내려면 점수로 환원되지 않는 나만이 추구하는 배움의 영역이 있어야 합니다. 그게 없으면 신장의 정력은 더더욱 고갈될 겁니다. 이건 제가 한의학을 한 사람으로서의 충고예요. 우리가 뭘 했는데 돈으로 싹 바꾸면 아무것도 없다, 그러면 정신적 가치는 싹 고갈됩니다. 열심히 배웠는데 점수 말고는 남는 게 없다, 그건 점수로 교환되는 순간 끝나는 거예요. 그것이 아닌 영역을 인류는 진정한 앎이고 지성이라고 했어요. 그래서 부와 권세에 종속되지 않는 철학자와 사상가를 그토록 높이 떠받들었던 이유입니다.


그런 부분이 있어야 해요. 내가 스스로 나를 수련하는 어떤 영역. 그리고 이건 세상의 척도와 아무런 관계가 없어야 해요. 그것이 아닌 것이어야 스펙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고요. 그러면 내 몸 안에 뜻과 열정이 딱 오장육부에 새겨집니다. 그것을 보고 우리는 내공이라고 하는 거예요. 그렇게 한번 스스로 마스터를 하면 어떤 분야에 갖다놔도 그 현장을 장악하는 힘이 생겨요.


그게 카리스마예요. 자기가 주인이 되는 거예요. 월급을 받는다고 내가 그 회사의 하수인입니까. 내가 맡는 영역만큼은 내가 완벽히 주인이 될 수 있어요. 대학교 1학년이라고 해도 동아리에서 내가 완벽히 주인으로서 활동할 수 있습니다. 왜 끝없이 서열을 봐요? 그러면 아무리 가도 내가 단 한번도 주인이 되는 영역이 없어요. 그러다 보면 내 인생 자체를 내 것이 아닌, 남의 것으로 사는 거예요. 결국 노예의 삶으로 끝나는 겁니다."


고전평론가 고미숙의 13년 전 강의를 찾아서 듣다. 강연을 반복해 들으며 니체를 떠올렸다. 니체를 음악으로 해석한 라디오헤드를 생각했다.너는 네게 주어진 삶을 낙타처럼 살겠느냐, 사자처럼 살겠느냐, 아이처럼 살겠느냐. 나에게 자문한다. 낙타를 가장한 사자. 사자를 가장한 아이. 낙타 가면을 쓴 사자처럼 살겠다. 사자 가면을 쓴 아이처럼 살겠다. 가면을 벗는 순간 나의 정신적 나체가, 내 영혼의 니체가 드러날 것이다. 한점 부끄럼 없지 못하다 해도 나는 아무것도 뉘우치지 않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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