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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포 Feb 09. 2021

당신의 '백시트 드라이버' 지수는?

"나는 언제나 옳다"

직접 운전을 하다가 운전기사를 채용했을 때 주의할 점은? 차를 탈 때 신문이나 책을 보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운전기사에게 잔소리를 하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기 힘들다. 1차선으로, 3차선으로, 이쪽으로, 우회전 등등... 자꾸 간섭하게 되면 운전기사는 자신감을 잃게 되고 운전이 서툴러진다. 어떤 운전기사는 잔소리에 어찌나 신경이 쓰이던지 신경쇠약에 걸려 탈모증까지 생기더라는 것이다.



차를 타면서 잔소리하는 것은 우리나라만 그런 것이 아니다.  영어 관용구에 백시트 드라이버(backseat driver)라는 말이 있다. 말 그대로 뒷좌석 운전사이다. 그러니까 뒷좌석에서 잔소리를 늘어놓는 사람을 일컫는 말인데 이제는 운전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불필요한 충고를 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 됐다.



운전하면 평소 습성이 나온다. 운전기사를 대하는 것을 보면 그 사람의 리더십 스타일을 짐작할 수 있다. 운전을 운전기사에게 맡기는 것도 일종의 권한 이양이다. 권한 이양은 리더십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이를 실천하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운전기사에게 일일이 간섭하는 사람은 평소 업무 스타일도 그렇게 하기 쉽다. 처음부터 끝까지 간섭하지 않고는 못 배기고 조금만 벗어나면 큰 소리로 호통을 친다.



이런 상황에서는 부하직원이 수동적으로 되기 쉽다. 잘못하면 크게 야단을 받으니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 늘 자신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의견을 잘 듣지 않는다. 회의 소집해놓고 자신이 90%를 얘기한다. 그러면서 "왜 아이디어가 없냐"라고 다그친다. 왜 내 눈에는 보이는데, 너희들 눈에는 왜 안 보이느냐고 한다. 눈치보기에 급급한데 어떻게 아이디어를 낼 수 있겠는가. 끄덕끄덕 신드(Uh-Huh Syndrome)에 걸리기 딱 좋은 환경이다.



한 조사기관이 직장인의 회의에 대해 조사한 결과를 보면 시사해주는 바가 크다. 회의가 비효율적인 데 대한 요인으로 '리더의 잔소리가 너무 많아서'라는 응답이 29.6%로 가장 많았다. 직급별로는 원인 분석이 판이했는데, 부장이나 임원급 등 높은 직급일수록 참가자들의 태도를 문제 삼은 반면, 사원이나 대리급들은 리더의 잔소리를 회의의 생산성을 좀먹는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했다.



리더십 전문가이자 경영 컨설턴트인 마셜 골드스미스에 따르면, “성공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보이는 오류 가운데 하나가 바로 계속 이기려는 마음이다”라고 지적한다. 중요한 문제일 뿐만 아니라 사소한 문제일 때도 이기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이런 리더들은 대부분의 부하직원들이 특정 분야에서 자신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것을 알지만 그대로 참견하지 않고는 못 배긴다. 문제는 이렇게 참견함으로써 처음에 제시된 아이디어를 5% 정도는 개선시킬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그 아이디어를 실행하고자 하는 직원의 의욕을 30%나 떨어뜨린다고 한다.



스타벅스 하워드 슐츠가 지은 “커피 한잔의 신화”를 보면 이런 대목이 나온다. 회사의 규모가 커지자 슐츠는 일상적인 업무를 대폭 위임하게 되는데 그런 조치 이후에도 참여하고 싶은 충동을 많이 느꼈다고 한다. 복도를 걸어가면 회의실에서 들리는 왁자지껄하는 소리와 웃음소리가 들리곤 했는데 그때마다 들어가서 한마디 하고 싶은 충동을 꾹 눌러 참았다고 한다. 그들끼리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워드 슐츠는 스타벅스가 위기에 처하자 다시 CEO로  재취임하여 회사를 리빌딩하기도 했다.



자신이 잘하는 일도 꾹 참고 다른 사람이 공헌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줄 수 있어야 진정한 리더라고 할 수 있다. 리더가 모든 걸 다 해버린다면 직원은 왜 필요하겠는가? 모든 일을 자기 혼자 독식하고, 다른 직원들이 회사에 기여하면서 행복해질 기회를 주지 않는 기업 리더들이 의외로 많다고 한다. 능력 있는 리더는 다른 사람들의 잠재능력을 알아보고 이들이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기회를 준다. 운전기사를 채용하고도 자신이 백시트 드라이버가 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아야겠다.


<자료 : drivewrite.co.uk>



조정래의 소설 '허수아비 춤'을 보면 재벌 2세들이 백시트 드라이버 놀이를 이렇게 즐긴다. 부디 소설 속에서만 이러길 기대한다.

회장은 큰 기업을 쉽게 물려받았고, 그런 인물들이 대부분 갖고 있는 결점들을 고루 지니고 있었다. 유전인 듯 돈 욕심이 끝이 없었고, 안하무인이었으며, 적당히 설렁설렁 한 공부 탓인지 지식에 열등감이 적잖았고, 그런 만큼 학벌 두드러진 사원들에게 이따금 폭언을 해댔고, 논리나 합리성보다는 밀어붙이기를 좋아했다.
“자네들 말이야. 어찌 머리가 그것밖에 안 되나. 내가 힌트를 줬으면 척 알아맞혀야지. 안 그래? 자네들이 그렇게 머리 안 쓰고 사니까 천상 월급쟁이 신세밖에 못 되는 거야.”

바로 이것이었다. 회장은 고급 임원들을 깔아뭉개고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는 이 놀이를 즐겼다. 그러니까 회장님을 즐겁게 해 드리기 위해서는 회장님의 심중을 알아도 모른다고 해야 하는 것이 정답인 셈이었다.




'백시트 드라이버' 면허증을 발급해주는 곳이 있다.

미국에 있는 사이트다. 미국 사람들은 이런 걸 즐긴다. 한국에도 있음직 한데 아직 없다. 까방권도 아니고 짜증  면허증이라니 엄청 재밌겠다. 자신을 소개하는 말을 고를 수 있는데 다음과 같다. 어느 구절이 맘에 드는가?


나는 백시트 드라이버다

짜증 나게 해도 되는 면허증

나는 언제나 옳다

나는 보스다

나는 도로의 왕이다

예스, 나는 도로를 소유하고 있다

나는 불평하는 것을 사랑한다

나는 무례한 코멘트 날리는 것을 사랑한다

나는 통제하는 것을 사랑한다

닥쳐

닥치고 운전해

등등


이렇게 해서 만든 백시트 드라이버 면허증은 이렇게 생겼다.  가격은 19.99 달러이다.


<자료 : mycolorid.com>


미국 정치인 중에서 최악의 백시트 드라이버는 누구일까? 

미국 Metromile 이  작년 2월에 미국민을 대상으로 '정치인 중 최악의 백시트 드라이버'에 대한 조사를 했다. 조사 결과 두 자리 숫자를 차지한 정치인은 모두 3명이었다. 압도적은 1위는 도널드 트럼프, 2위는 버니 샌더스, 3위는 엘리자베스 워렌 상원의원으로 17%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조사해보면 누가 1위를 할까?


<자료 : autoconnectedcar.com>


당신의 백시트 드라이버 지수는?

이 사이트에 가면 된다. 현대차는 실제적이다. 버전 2를 기대한다.^^

https://www.facebook.com/hyundaimotorgroup/photos/pcb.2231801613497969/2231801390164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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