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을 원전으로 해서 만든 영화가 '일 포스티노(Il Postino)다. 먼저 소설을 읽고 영화를 봤다. 역시 영화보다는 소설이 음미하는 맛이 훨씬 풍부하다. 보여지는 것보다 자신만의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 더 깊이가 있다. 소설은 칠레가 배경이지만 영화는 이탈리아가 배경이다. 원전과는 다른 부분이 있지만 수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메타포를 이해하는데 좋은 소설이라고 추천해서 보게 됐다.
시골의 평범한 청년인 마리오는 시골생활을 하는 네루다에게 우편물을 배달하는 임시 우편배달부가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유명인사인 네루다에게는 전세계에서 수많은 우편물이 오기 때문에 전담 우편 배달부가 필요했다. 청년은 네루다를 만나서 시와 메타포를 알게 되고 사랑과 인생의 새로운 의미를 깨닭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들이 주요내용이다.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1960 ~1970년대의 칠레이다. 민주화와 반민주가 충돌하는 시기이다. 선거에 의해 선출된 아헨데 대통령이 군사 쿠테타에 의해 실각되고 민주화 노력이 무참하게 짓밟히던 때이다. 무거운 이데올로기 이야기가 나올 법도 하지만 작가는 시인 네루다와 시골 청년의 만남을 애기하고, 메타포가 어떻게 사람을 바꾸는가를 잔잔하게 애기한다.
스토리보다는 메타포에 관한 것과 저자의 소설에 대한 관점만 소개한다.
#1. 메타포가 뭐냐?
이 질문에 시인은 "대충 설명하자면 한 사물을 다른 사물과 비교하면서 말하는 방법이지"라고 대답한다. 예를 들어달라는 질문에 이런 대화를 나눈다.
"하늘이 울고 있다고 말하면 무슨 뜻일까?"
"참 쉽군요. 비가 온다는 거 잖아요"
"옳거니, 그게 바로 메타포야"
대화는 청년의 다음 질문으로 마무리된다.
"선생님은 온 세상이 다 무언가의 메타포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2. 메타포의 위력
청년은 동네에 사는 아름다운 베아트리스를 만나서 첫 눈에 반하지만 말도 제대로 못 붙인다. 시인에게 이렇게 하소연한다. " 사랑에 빠졌어요. 너무 아파요. 그렇지만 낫고 싶지 않아요." 영화 포스터에 인용된 대사이다. 이렇게 냉가슴만 앓던 청년 마리오가 시인에게서 배운 메타포를 이용해서 베아트리스의 마음을 사로잡아 버린다. 메타포의 위력은 참으로 대단하다.
베아트리스가 그녀의 어머니와 나눈 대화는 메타포의 예를 잘 보여준다.
"그가 말하기를...제 미소가 얼굴에 나비처럼 번진대요."
"그러고는?"
"그 말을 듣고 웃음이 났어요. 제 웃음이 한 떨기 장미고 영글어 터진 창이고 부서지는 물이래요. 홀연 일어나는 은빛 파도라고도 그랬어요"
대화중 그녀의 어머니는 "번드르르한 말처럼 사약한 마약은 없어. 촌구석 술집년을 베네치아 공주처럼 느끼게 만들지."라고 한다.
그녀의 어머니는 네루다를 찾아와서 청년이 딸을 만나지 못하게 해달라면서 이렇게 말한다.
"네루다씨, 메타포로 제 딸을 용광로보다 더 후끈 달아오르게 했다니까요!"
"가진 것이라곤 알량한 무좀균뿐인 작자가 뻔뻔스럽게 제 딸 꼬드기는 데 쓰는 메타포는 당신 책에서 베낀 거라는 사실입니다."
시인이 청년에게 시를 표절했다고 나무라자 이렇게 대답한다.
"시는 쓰는 사람의 것이 아니라 읽는 사람의 것이에요!"
#3. 잡탕의 미학
작가는 첫 단편집을 썼을 때부터 생의 활력을 바탕으로 사회와 인생을 조망하는 문학을 지향하였다. 문학은 거룩하고 진지하기만 하기 보다는 '가벼움'과 '무거움'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인간의 삶은 희로애락이 교차하는 것이니, 삶의 활력과 즐거움도 문학의 중요한 주제가 되어야 한다는 신념을 지니고 있었다.
삶의 온갖 요소가 이렇게 다 섞인 자신의 미학을 스카르메타는 '잡탕의 미학'이라고 정의했다.
영화 일포스티노(Il Postino 1994)
영화도 아주 수작이다. 영화 일포스티노는 1994년에 첫 개봉됐고 2017년에 재개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