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체불, 그거 누구나 다 겪는 거 아니야?

왜!!! 나만!!! 왜!!!!!!!!!!!!

by 오유나

오 씨와의 첫 만남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알게 된 오 씨와 운 좋게 커피챗을 할 기회가 생겼다. 본인을 스타트업씬의 '고인물'이라고 부르는 오 씨는 AI 엔지니어다. 핫한 직업을 가진 데다 커뮤니티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그가 흥미로워 먼저 메시지를 보냈다.


"온라인 커피챗 가능하세요?"


AI 개발자라서 그런 걸까? 메시지를 보낸 지 1분 만에 답장이 왔다.

어떤 이유냐는 질문에 '스타트업씬이 궁금해서요'라고 답했다.

오 씨의 관심사와 맞아떨어졌는지, 그는 흔쾌히 커피챗을 승낙했다.


첫 연락을 주고받은 지 약 일주일 후, 우리는 구글미트에서 만났다.

화면으로 만난 오 씨는 선한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본인을 '고인물'이라고 칭하기에는 너무 유하고 온순한 느낌이었다.


서로 소개를 마친 후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됐다.

요즘 AI와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은 나에게, 그 두 세계에 동시에 발을 담그고 있는 오 씨의 이야기는 무척 흥미로웠다.


오 씨는 무한 재생하는 음악처럼 끊임없이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왜 저렇게 말을 많이 할까 하는 생각이 들지도 않을 만큼, 오 씨의 이야기는 흥미진진했다.

이렇게 짧은 시간에 그의 삶을 엿보는 것이 흥미로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오 씨의 삶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 씨가 설명하는 스타트업씬은 생생함이 넘쳤다. 여러 스타트업을 경험한 그는 정말 스타트업계의 고인물이라 할 만했다. 개발자부터 팀장, CTO까지 경험한 오 씨는 할 말이 많은데 다 못하는 게 아쉬운 듯한 눈치였다.


"짧은 시간에 다양한 회사에서 일하셨네요. 멋있어요."

신기해하며 건넨 말에, 오 씨는 방어기제를 세우듯 말했다.


"다 사정이 있어서 이직하게 됐어요."

그 사정을 물어보니 오 씨는 단 한 차례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임금체불 때문이었어요."


그 회사들의 이직 사유가 모두 임금체불이라니...

남들이 꺼려하거나 조금이라도 망설일 법한 말을 거리낌 없이 했다.

오씨에게는 많이 무뎌진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 씨는 웃으면서 말했다. "임금체불, 남들 다 겪는 거 아닌가요?"

어떤 반응을 지어야 할지 너무 망설여졌다. 오 씨는 괜찮다며, 그냥 스타트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라고 했다. 스타트업에 지원하고 싶은 사람이나 현재 다니고 있는 사람들에게 팁을 전하기는 어렵겠지만, 경험을 공유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문득 그 이야기를 내가 듣고 글로 써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이 이야기에 대해서 저와 몇 번에 걸쳐 이야기 나눠보는 건 어떨까요? 제가 그 내용을 정리해서 전달해 보는 방식으로요."


오 씨는 잠깐 망설이더니 "그럴까요?" 하며 웃었다.

그렇게 우리는 매주 1시간씩 온라인으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오 씨를 처음 봤을 때의 선하고 순한 인상과 달리, 임금체불 이야기를 하면서 내비친 어떤 차가운 느낌에서 그가 적지 않은 상처를 받았음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임금체불은 뉴스에서만 보던 일이라 어떤 고통인지 직접적으로 와닿지는 않았지만, 그런 일을 한 번도 아니고 세 번이나 겪었다니... 위로의 말을 건네고 싶었지만, 잘 알지도 못하면서 건네는 말이 자칫 동정처럼 느껴질까 봐 위로의 말은 잠시 미뤄두었다.


앞으로 오 씨와 나눈 이야기를 한 편씩 작성해보려 한다.

시간순이 아닌, 그동안 나눈 이야기를 바탕으로 스토리에 맞게 재구성할 예정이다.


* 이 세상의 임금체불로 고통받고 있거나 받았던 모든 분들에게 이 글을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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