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흐를수록, 이상한 일들이 평범해졌다." - 오 씨 인터뷰 중
오 씨와의 네 번째 온라인 커피챗은 유난히 무거운 공기에서 시작되었다.
그는 마치 어제 일처럼 "그날"을 회상했다. 임금이 들어오지 않은 지 정확히 한 달째 되던 날이었다.
"사실 그날도 출근은 했어요. 별 수 있나요. 안 가면 내가 빠진 자리를 다른 누가 메우겠어요."
A 회사는 글로벌 확장을 목표로 하는 60인 규모의 기술 스타트업이었다.
대표는 공학 박사 출신이었고, 투자사와의 연락이 끊이지 않는다고 늘 자랑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그때가 두 번째 정리해고 직후였어요. 6명, 2명이 순차적으로 해고를 당했고, 이제 진짜 남은 사람들만으로는 서비스를 유지하는 것도 버거운 상황이었죠."
대표는 팀 전체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지금 투자사랑 아주 중요한 조건 조율 중입니다. 연락은 계속 옵니다. 진짜예요." 하지만 실체 있는 변화는 없었다.
오 씨는 말했다. "한 명이라도 더 나가면, 이 구조는 무너져요. 진짜 아슬아슬하게 버티는 상태였죠."
하지만 고용계약의 끈은 점점 느슨해지고 있었다. 월급은커녕, 회사 내 식대나 간식도 사비로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고, 휴게공간에 있던 커피머신은 조용히 치워졌다고 한다.
B 회사는 약 10명 규모의 작은 조직이었다. 오 씨는 CTO였다.
그는 당시 대표의 부를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고 했다.
"워낙 자산가 집안 출신이고, 원래도 투자가 많다길래... 설마 했죠."
하지만 임금이 두 달치 밀린 지금, 회사는 이상한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었다.
대표는 출근을 하지 않았다.
연락은 어렵지 않았지만, 매번 "지금 투자 유치 때문에 바쁘다"며 전국을 돌아다녔다.
그리고 급기야 이런 이야기를 꺼냈다고 한다.
"추가 투자 유치되면, 성과보상금 2천만 원 드릴게요. 계약서도 써드릴게요."
현금을 주지 못하니, 미래의 가능성을 팔기 시작한 것이다.
오 씨는 회의록을 뒤적이며 씁쓸하게 웃었다.
"웃긴 건, 진짜 계약서 써줬어요. 서명도 했고요. 상여금 2천만 원... 투자 유치 조건부로."
더 충격적인 건 그 이후였다.
HR을 통해 들은 말에 따르면, 대표는 회사 돈 거의 전부를 해외 주식 투자에 사용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 얘기 듣고, 아... 여긴 끝났구나 싶었죠."
C 회사 또한 오 씨가 CTO로 합류한 스타트업이었다.
이 회사의 임금체불은 비교적 조용히 시작됐다. 하지만 그 침묵은 오히려 더 무서웠다.
"처음엔 급여만 늦었어요. 그리고 대표가 사라졌어요. 문자도 잘 안 되고. 연락이 닿는 사람만 닿았죠. 사람을 피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심지어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던 대기업 측에서 계속 연락이 왔다.
"왜 대표님이 연락이 안 되냐, 납기 맞출 수 있냐."
하지만 팀은 사내 경비도 직접 처리하며, 억지로 유지하고 있었다.
대표는 가끔 등장했다. 그리고 매번 이런 얘기를 했다고 한다.
"곧 투자금 들어옵니다. 혹시 몰라 다른 사업 따내려고 지방 국회의원님 댁에도 주말에 다녀왔어요. 이번 사업만 따내면 앞으로 돈 걱정 없이 사업할 수 있습니다."
오 씨는 당시를 떠올리며 조용히 말했다. "그런 얘기를 진짜 미팅에서 해요. 누굴 만났고, 어디 노래방 갔고, 비위 맞추느라 너무 힘들었다고... 그게 희망처럼 느껴지길 바랐겠죠."
오 씨는 말했다. "문제는, 점점 '못 받는 돈'의 양이 커진다는 거예요."
한 달만 밀려도 300~500만 원.
두 달이 되면 거의 천만 원.
세 달이면... 그냥 포기해야 하는 돈이 된다.
그는 동료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하나의 꿀팁을 남겼다.
4대 보험 체납이 고지되기 전에 무조건 대출(마이너스 통장)을 받아두세요.
은행은 4대 보험 납부 여부를 보고 재정 상태를 판단한다.
4대 보험 미납 기록이 은행에 넘어가기 전에 미리 움직이지 않으면, 대출은 아예 막힌다.
오 씨는 임금체불을 경험하고 있는/경험하게 될 수도 있는 미래의 직장인들에게 진정한 팁이 될 거라고 확신하며, 위의 팁을 건넸다.
가장 무서운 건 익숙함이라고 오 씨는 말했다.
처음엔 당황한다.
하지만 며칠 후 월급이 들어오면, 그냥 넘긴다.
다음 달엔 조금 더 늦는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냥 '이번에도 늦었나 보네, 아 짜증 나' 하고 말아요."
오 씨는 이렇게 말했다.
체불은 반복돼요. 진짜 위험한 건, 그 반복을 견디는 자신을 합리화하는 거예요. 같이 대표의 말에 희망회로를 돌리고 있는 거죠. 실제 스타트업에서는 그런 위험이 도사리고 있고,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니 그 시기를 잘 견뎌서 대박이 날 수도 있지만 아닐 확률도 정말 큰 거예요. 그래서 이 임금체불 상황을 대표가 어떻게 헤쳐나가는지에 대한 태도에서 회사의 미래를 엿볼 수 있다고 이야기한 거예요.
그는 동료들이 이직을 고민하면서도, 매달 한숨 쉬면서 출근하는 모습을 봤다고 한다.
그 마음을 너무 잘 안다며, 스스로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그 누구보다 빠르게 임금체불 상황이 벌어졌을 때 퇴사를 하는 선택을 하긴 했지만, 처음 임금체불을 경험했을 때 오 씨는 거의 반년의 체불을 당했고, 정신적 스트레스로 탈모까지 왔으며, 심리상담까지 받았다고 했다.
그 상황을 마주할 때는 이 정도인지 모르지만 마음에 고름이 쌓이고 쌓이다 결국 터지는 거라고 씁쓸한 웃음을 보이며 이야기해 줬다.
* 이 세상의 임금체불로 고통받고 있거나 받았던 모든 분들에게 이 글을 바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