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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의 4단계,
아라한, 10가지 족쇄를 풀다

by 달빛타기

불교에서의 기본 수행은 명상이다. 인간이 열 가지 족쇄를 극복하고 네 단계 , 즉 예류과, 일래과, 불환과 그리고 완전 해방이자 해탈의 경지인 아라한과를 얻을 수 있은 방법은 오로지 명상 수행의 길 뿐이다. 수행자는 그 수행 정도에 따라 4단계를 거쳐 깨달음에 이른다. (엄밀히 말하면 4향4과로 8단계이지만 축약하면 4단계이다) 이제 막 시작한 사람은 초심자일 것이다. 그 수행자가 정진에 따라 예류과-일래과-불환과를 거쳐 아라한과를 얻는다. 아라한은 성자의 반열에 이른 자, 해탈을 성취한 최고의 각성자를 말한다.

아라한은 우리나라에서는 ‘나한’으로 불리며, 부처님과 동등한 깨달음의 정도를 나타낸다. 아래에 부처님이 말씀하신 10가지 얽매임, 족쇄를 완전히 열어버린, 道를 성취한 이가 곧 아라한이다.



수행의 4단계(10가지 족쇄를 푼 수행자)


위 표에서 보듯이 수행자에게는 넘어야 할 10개의 산이 있다. 경전에서는 이를 ‘10개의 족쇄(samyojana)’로 표현한다. 사람이 무지로 인해 세간에 매여있는 10가지의 족쇄이다. 그 족쇄를 단계별로 풀이해보면 다음과 같다.


① 유신견(有身見, sakkāya-diṭṭhi): 자아가 있다는 견해이다. 즉 몸과 마음을 나 자신이라고 보는 견해이다. 몸은 그저 조건(인연)에 의해 생긴 무상한 존재다. 마치 옷처럼 조건이 사라지면 훌훌 벗어던져야 하는 것이다. 마음은 몸의 언어이다. 따라서 몸이 진짜 내가 아니라 잠시 머물러가는 옷과 같은데, 그것을 진짜 나라고 믿는 까닭에 마음에서 욕망이 생기고, 성냄이 생기고, 어리석음이 발생한다. 이것이 첫 번째 족쇄로써 가장 근본적인 삿된 견해이다.


② 의심[疑, vicikicchā]: 마음속에 망설임과 반신반의를 일으키는 원인을 말한다. 고를 벗어나 해탈에 이르게 하는 수행을 믿지 못하는 의심, 수행을 해본들 과연 무슨 소용이 있을까, 부처님은 진짜 깨달음을 얻으신 것일까, 부처님의 가르침과 그 가르침에 기초한 수행 방법이 정말 고로부터의 해탈로 이끌어줄 것인가, 그리고 승가의 비구가 고로부터의 해탈을 얻는다는 것이 정말 가능한 일일까 하는 의혹 등이 그것이다.


③ 계금취견(戒禁取見, sīlabbata-parāmāsa): 미신(迷信) 또는 의례 의식에 대한 집착이다. 계율과 의식에 대한 집착, 형식적 계율과 의식을 지킴으로써 해탈할 수 있다고 집착하는 것. 불교에서는 수많은 의례 의식이 있다. 거의 미신에 가까운 이러한 의식들이 부처님 당시 소위 근본불교에서 너무 멀어져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불교의 정통 수행은 명상이다. 명상을 통해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것. 그것이 불교의 정통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①~③의 세 가지 족쇄인 자아가 있다는 믿음, 법에 대한 의심, 의례 의식에 대한 집착 등 이 세가지를 벗어버리면 해탈을 향한 첫 단계인 예류과를 증득하게 된다.

예류과(預流果)는 ‘성자의 흐름에 막 들어가는 지위’라는 뜻으로, 이 단계를 증득한 사람은 지옥, 아귀, 축생의 삼악도에 재생하지 않고 금생 이후 일곱 생 이내에 언젠가는 반드시 열반을 성취하게 되어 있다. 이 예류과는 강의 물길이 바다를 향해 흘러가듯이 이 흐름은 열반인 바다로 기울어져 있고, 이제 막 이 물길의 흐름을 잡은 사람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④ 감각적 욕망(kāma-rāga): 감각적 욕망, 감각에 집착하고 거기서 만족을 구하는 마음.

⑤ 악의(paṭigha): 마음이 불만족을 느낄 때 나타나는 반응이다. 만족감을 얻으면 감각적 욕망이 생기고, 불만족을 느끼면 악의, 즉 화가 일어난다. 대부분 사람들의 마음은 이 두 상태에 매여있다. 악의는 반감, 증오, 분개, 적대감 등을 뜻하며 성내는 마음[嗔心]이다


일래과(一來果)는 ①~⑤까지 벗어났으나 ④, ⑤가 약하게 남은 상태인 두 번째 단계이다. 일래과는 ‘태어남이 한 번 남은 이’란 의미이다. 윤회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인간 세상에 다시 한번 태어나서 수행하면 열반에 이르는 단계이다.


불환과(不還果)는 ①~⑤까지의 족쇄를 완전히 벗어난 세 번째 단계이다. 네 번째, 다섯 번째 족쇄를 남김없이 멸진한 수행자이다. 불환과는 '태어남이 끝난 이'란 의미이다. 인간으로 태어남이 없이 천상에서 다시 태어나 수행해서 열반에 이르는 단계를 말한다.


⑥ 색계에 대한 탐욕(rūpa-rāga): 형색(形色)을 주제로 한 여러 선정 수행 단계에서 얻어지는 희락(喜樂)을 탐하는 마음이다. 선정에 완전히 몰입된 상태는 수행자로 하여금 매혹적인 묘미를 맛보게 한다. 이 열반의 맛에 집착하는 마음이 생긴다. 이것이 여섯 번째 족쇄다. 색계욕이라고도 한다. 감각적 욕망을 벗어났을 때 나타나는 순수 물질의 세계와 그 느낌에 대한 집착으로 색계 천상에 태어나고자 하는 욕망.


⑦ 무색계에 대한 탐욕(arūpa-rāga): 무형(無形)의 대상을 주제로 깊은 선정에 몰입했을 때 거기에서 얻어지는 묘락(妙樂)을 탐하는 미세한 욕망이다. 이 번뇌는 미세하여 여섯 번째와 마찬가지로 포착해내기가 어렵다. 아라한은 어떤 상태의 쾌감이든, 그 쾌감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이든 거기에 매혹되는 법이 없다.

무색계 욕이라고도 한다. 모든 색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났을 때 나타나는 순수 정신세계나 그런 산냐(인식)에 대한 집착으로 무색계에 태우고자 하는 욕망.


⑧ 아만[我慢, māna]: 여덟 번째 족쇄로 우열 의식(아만심)이다. 남과 비교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자신이 남보다 낫다거나 못하다고 단정 짓는 것, 이 번뇌를 매우 높은 족쇄인 여덟 번째 위치한 것은 그만큼 극복해내기 어렵다는 의미일 것이다.


⑨ 들뜸(掉擧, uddhacca): 마음이 불안정하고, 주의산만, 완벽한 평화와 적정을 이루지 못하는 마음이다. 이것은 관심을 끄는 대상을 접할 때 일어나는 동요와 들뜬 느낌 같은 것이다. 마음을 현재의 대상에 두지 못하고 과거 미래로 헤매는 마음. 현존하지 못하는 마음


⑩ 어리석음(無明, avijjā): 어리석음(無明), 즉 무지(無知)다. 무지란 앎이 결여된 상태이다. 이 경우 앎은 참다운 앎, 올바른 앎을 뜻한다.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네 가지 물음(사성제)이 그것이다. ‘고란 무엇인가(苦)?’, ‘고의 일어난 원인은 무엇인가(集)?’, ‘고에서 풀려난 것은 무엇인가(滅)?’, ‘고의 원인을 없애는 참된 길은 무엇인가(道)?’ 무지는 사성제, 연기법, 삼법인을 모르는 어리석음이며 모든 해로움과 괴로움의 근본 뿌리이다.



①~⑩까지의 족쇄를 완전히 벗어나면 네 번째 단계인 아라한과를 얻는다. 아라한(Arhat) 이란 ‘적을 정복한 자’라는 뜻이다. 붓다는 욕망을 적이라고 했다. 아라한은 10개의 적을 정복하고 해탈을 성취한 최고의 지위이다. 탐욕, 성냄, 어리석음이 다하고 일체의 번뇌가 다 한 무욕의 경지이다. 부처도 아라한이다. 절에 가보면 ‘나한전’이라고 하는 전각이 있다. ‘나한’은 아라한을 말한다. 아라한은 부처와 같은 높은 스승으로 공경의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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