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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너무 높은 아버지

by 감성부산댁

여러분에게 아버지란 어떤 존재인가?

내게 아버지는 도저히 넘어설 수 없는 벽 같은 존재였다.

벽 중에서도 여러 가지 벽이 있지만 아버지는 부수고 돌파하는 것이 아닌 그저 바라보며 감탄과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는 태산과도 같았다.


나의 아버지는 교사셨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가정 형편 때문에 사범대를 졸업하셨고, 군대를 다녀온 뒤 다소 늦은 나이게 평교사 생활을 시작하셨다.

전공은 수학이셨고, 주로 고등학교에서 근무하셨다.

교사로서 최선을 다해 제자들을 가르치셨고, 그를 통해 많은 제자가 명문대로 진학할 수 있었다.

요즘 단어로 하면 일타강사 수준이셨다.


아버지는 교사로 만족하지 않으셨다.

끊임없이 교사로서 역량을 높이고자 험한 보직만 맡으셨다.

여러 부장 교사와 고3담임 등을 거치셨고, 교감을 거쳐 교장에까지 승진할 수 있었다.

그때 당시만 하더라도 교장 등 관리직을 하려면 교육전문직을 거쳐야 했다.

그리고 소위 말하는 약간의 아부(?)도 필요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실력만으로 높은 자리까지 올랐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행보셨다.


그런 성취지향적인 그를 보며 나는 대단하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를 존경한다기보다는 두려운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

나에게는 그저 먼 존재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지금 나는 아버지와는 다르지만 같은 길을 걷고 있다.

같은 교육 계열이지만 직렬이 다르기 때문이다.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아버지의 영향이 컸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어쩌면 나도 아버지처럼 살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고 아버지의 뒤꽁무니만 따라간 셈이다.


만약 아버지가 아버지로서 한 남자로서 떳떳하지 못한 삶을 사셨다면 아버지처럼 살지 않겠다며 반항이라도 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누가 봐도 성공한 그에게 반항하는 건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격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배은망덕한 놈으로 취급받을 뿐이다.


그렇다.

나는 아버지에게 반항하지도, 감히 눈을 쳐다보지도, 심지어 속 깊은 대화조차도 할 수 없었다.

그는 내게 태산, 아니 나를 우주 한가운데의 작은 별로 만든 우주 같은 존재였다.


인생에 감성을 더하다~!

감성부산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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