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거집단을 바꾸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네가 바깥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20년 이상 다녔던 회사 사람들이 너의 준거집단의 대부분 일텐데, 그 부분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1년반 전, 내가 멘토로 여기는 분이 나의 여러 고민에 던진 말이었다.
그 분은 대학/대학원 졸업 이후 20년 이상 사업체를 운영해 오신 분이었다.
그 순간, 나는 멈췄다.
나는 Jason. 23년간 금융회사에서 일했고, 지금은 벤처투자자, 컨설턴트, 작가, 강연자로 살아가고 있다.
회사를 떠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나를 설명할 때마다 "전 ○○금융그룹에서..."라는 말이 먼저 나왔다.
멘토의 말씀을 듣는 순간, 나는 깨달았다. 나는 아직도 회사라는 준거집단에 묶여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생각했다. "내 준거집단은 누구인가?"
한때 나는 회사에서 '핵인싸'로 불렸다.
저연차 때부터 각종 모임의 총무를 했고, 동문회장을 맡았으며, 소속조직에서는 위아래 직급을 연결하는 가교역할을 해왔다. 누가 뭘 좋아하는지, 누구와 누구를 연결하면 좋을지, 모임 장소는 어디가 좋을지... 이런 것들이 내가 잘하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지난 5~6년간, 나는 조용히 변하고 있었다.
회사 동료들과 밥을 먹고 시간을 보내는 일이 점점 줄어들었다.
그들과의 대화가 즐겁지도 않았고, 스스로 적극적이지도 않았다. 한때 그토록 좋아하던 회사 내 동료들과의 식사 자리가 어느새 부담스러워졌다.
이유는 간단했다. 우리의 관심사가 너무나 달랐기 때문이다.
그들은 조직 내 승진과 인사이동을 이야기했고, 나는 스타트업 투자 유치와 성장전략을 이야기했다.
그들은 퇴직금 계산과 은퇴 후 골프 계획을 이야기했고, 나는 어떻게 하면 더 오래 생산적이고 즐겁게 일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회사에서 어느 조직에 가도 승승장구 했었지만, 더이상 회사에서 가고 싶은 곳은 남아있지 않았다.
그들은 "언젠가 나가면 뭐하지?"라고 막연해했고, 나는 "나가면 본격적으로 시작이야"라고 생각했다.
점점 대화가 엇갈렸다. 그들은 내가 하는 낯선 업무를 이해하지 못했고, 나는 매번 설명하는 것이 귀찮아졌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에게서 멀어졌다. 사실 내가 자연스레 그들 곁을 떠났다고 보는 게 맞다.
어느새 내 주변에는 완전히 다른 사람들이 있었다.
스타트업 창업자, 액셀러레이터, 벤처캐피탈리스트, 그리고 오픈이노베이션을 함께 수행하는 소수의 회사 동료들. 이들은 나와 같은 언어를 사용했고, 비슷한 고민을 했으며, 적어도 조금은 나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게 나의 준거집단은 이미 바뀌어 가고 있었다.
2024년 11월,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 강연을 가는 KTX 안.
나는 창밖을 보며 PPT를 넘기고 있었다.
학생들에게 스타트업과 오픈이노베이션에 대해 이야기하러 가는 길이었다. 나는 강연을 좋아하진 않았지만, 학생들 상대 강의라 훨씬 더 에너지가 났다.
그런데 문득, 이상한 질문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금융그룹 팀장인가? 아니면 오픈이노베이션 담당자인가? 아니면... 그냥 Jason인가?
명함을 빼고 나면, 나는 누구지?
그날 강연에서 나는 학생들에게 물었다. "여러분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요?"
그리고 스스로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나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사람과 사람, 기업과 기업 등을 연결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어릴 때는 내가 다니던 조그만 교회에 같은 반 학생 절반이 다니게 된 적도 있었고,
주변 사람들을 소개해서 결혼도 10커플 이상 시켰고,
스타트업씬에 들어와서는 취업 중개도 10건 이상 한 것 같다.
지금은 스타트업과 스타트업, 대기업 그리고 중견기업을 연결하고 있다.
회사에서도,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도, 그리고 퇴직 후에도 나는 여전히 연결하는 사람으로 살 것이다.
이게 내 정체성이었다.
준거집단이 바뀌니 비로소 진짜 내가 보였다.
회사 동료들과만 어울렸다면, 나는 절대 이걸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그들에게 나는 그냥 '팀장'이었고, '직장 선배'였으며, '같은 부서 동료'였을 뿐이다.
하지만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나를 '연결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이라고 불렀다. 출자자들은 나를 '스케일러레이터'라고 표현했다. 학생들은 나를 '멘토'라고 생각했다.
환경이 바뀌니, 내 강점이 드러났다.
이 책은 세 가지 질문에 답하고자 합니다.
"나는 스스로 돈을 벌 수 있을까?"
"난 언제까지 생산적인 사람일 수 있을까?"
"나는 사회에 기여할 수 있을까?"
50대가 되면 누구나 이 질문 앞에 선다.
퇴직이 코앞에 다가올 때, 우리는 두려움을 느낀다.
월급 없는 삶, 명함 없는 내가 상상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질문들에 답하기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당신의 준거집단을 바꾸는 것입니다.
회사 동료들만 만나는 한, 당신은 절대 회사 밖의 나를 발견할 수 없습니다.
그들은 당신을 '팀장님', '차장님', '부장님'으로만 볼 뿐입니다.
당신의 진짜 강점은 보이지 않습니다.
퇴직 5~10년 전부터 새로운 준거집단으로 들어가세요.
외부 강의를 하세요. 스타트업 멘토링을 하세요. 동문회가 아닌 새로운 커뮤니티에 가입하세요.
브런치에 글을 쓰세요. 링크드인에 포스팅하세요.
그곳에서 당신은 비로소 진짜 당신의 강점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아, 나는 이런 사람이었구나."
"이걸 이렇게 잘할 수 있었구나."
"사람들이 나한테 이런 걸 부탁하네."
그 강점이 명함 없는 당신을 흔들리지 않게 만들 것입니다.
저는 '연결하는 사람'이라는 강점을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퇴직 후 첫 해에 회사 다닐 때 연봉만큼 벌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는 그때보다 훨씬 더 많이 벌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적어도 제 입사 동기들의 평균보다 더 오래 벌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는 지금 내가 하는 일이 행복합니다.
당신도 할 수 있습니다.
당신 안에도 분명 강점이 있습니다.
다만 지금까지 발견하지 못했을 뿐입니다.
회사라는 준거집단 안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자, 이제 시작합니다.
당신의 준거집단을 바꾸고, 강점을 발견하고, 그것을 돈으로 바꾸는 여정.
이 책이 당신의 가이드가 되겠습니다.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 알았더라면..."
그래서 이 책을 씁니다.
당신이 5~10년 후 후회하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