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오늘 서점 출근길을 맞이한 건 고양이 사체였다. 서점 바로 앞 도로변에 로드킬을 당한 고양이가 그대로 널브러져 있었다. 머리가 터지고 내장이 쏟아진 채였다. 차들은 조심조심 고양이 사체를 피해 지나다녔다. 살아있을 때 조심조심 피해야 할 것을 이제야 조심조심 피하고 있다. 어디로 연락을 해야 할지 몰라서 일단 군청 환경과에 연락을 했더니 전화를 받지 않았다. ‘아, 지금은 점심시간이구나.’ 깨닫고는 쓰레기 봉투와 집게를 챙겨서 직접 고양이 사체를 치웠다.
밤새 문 앞에 쌓인 죽은 날파리를 쓸어 담는 것과, 차에 치여 죽은 고양이를 주워 담는 것은 왜 기분이 다를까? 고양이 체구와 털을 보건데, 3-4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은 새끼였다. 딱 우리 두부(서점원의 반려묘)를 처음 만났을 때의 모습이었다. 두부는 어제도 치킨과 연어를 간식으로 먹었는데, 더우면 쉬라고 대리석 바닥도 사서 깔아줬는데, 그래서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는데. 저 작은 길 고양이는 쇳덩이에 깔려 죽었구나. 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
사체를 치우고 나자 읍사무소에서 사람이 나왔다. 신고하신 분이냐고 묻길래, 신고한 건 아니지만 고양이가 죽어 있길래 직접 치웠다고 말했다. (로드킬 당한 동물은 읍사무소에 연락하면 수거해 간다고 한다.) 나는 죽은 고양이를 ‘태울 수 있는 쓰레기 봉투’에 담아 처리장에 버렸다. 사실 잠깐 고민했다. ‘음식물 쓰레기 봉투’에 담으면 토장(土葬)이지만, ‘태울 수 있는 쓰레기 봉투’에 담으면 화장(火葬)이다. 나는 화장을 위해 ‘태울 수 있는 쓰레기 봉투’에 담았을 뿐인데, 원래 그렇게 하는게 맞다고 하더라. (동물병원 외의 장소에서 동물이 죽었을 경우에는 생활폐기물로 처리되어 태울 수 있는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리는 것이 ‘행정법상’ 맞다고 합니다.) 오, 이것이야 말로 너무나도 인간중심적인 방식.
고양이가 죽어 있던 자리엔 아직 핏물과 살점이 남아 있다. 주말에는 큰 비가 온다고 하니, 그때쯤 되면 다 씻겨 내려갈 것이다. 흔적도 없이 전부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