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맨골드 감독의 로건(2017)
힘없는 늙은이
'힘없는 늙은이'라는 수식어가 히어로에게 붙으면 어색하고 불편하다. 그러나 다리를 절고 수시로 기침을 하며 이젠 돋보기를 껴야만 글이 보이는 사람, 남에겐 의지하지도 못하고 혼자 모든 짐을 떠안은 채 힘겨운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을 뜻하기엔 안성맞춤이다. 그 힘없는 늙은이가, 로건이 히어로이기 이전에 사람임을, 약하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를 도우며 살아가는 우리와 다를 바 없는 그런 사람임을 너무나 잘 보여주는 말이다.
드라마 로건
이 영화는 악당이나 무찌르고 끝나버리는 영화가 아니었다. 그보다는 인간적인 문제를 보여주었다. 로건은 혹여라도 그 사람이 험한 꼴 당할까 봐 온전히 좋아하지 못하는 외로운 사람이다. 죄책감 때문인지 스스로 자신의 행복을 박탈시켰다. 그러다 찾아온 자신과 같은 유전자를 지닌 소녀. 자꾸만 사람들에게서 멀어지고자 했던 그는 그녀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
사람은 사람을 만나면서 다양한 감정을 느낀다. 그 과정에서 때로는 가까워지기도, 때로는 멀어지기도 한다. 좋아지기도, 싫어지기도 한다. 그게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생겨나는 삶이다. 그걸 이 히어로 영화에서도 볼 수 있었다. 그래서 지극히 인간적인 드라마였다.
인간이라는 무기
무기는 뭔가를 지킬 때 사용하거나 아니면 남을 죽일 때 사용한다. 무기를 사용하기 전엔 내 편과 네 편을 확실히 구분해야 한다. 그다음 무기를 사용하는 마음에 분노를 싣는다. 마지막으로 이 무기를 가지고 내 편 밖의 사람을 상처입히거나 죽인다.
트랜시젠은 그런 무기가 심어진 아이를 만들어낸다. 그렇게 아이들을 무기로 만들었다. 그리고 실패했다. 그들은 실패를 딛고 이번엔 어른 형태의 무기를 만든다. X-24, 영혼이 없는 존재의 탄생. 싸우기 싫어하는 아이들과는 대조적으로 X-24는 살인기계와 같은 모습을 보인다. 아기에서부터 시작되어 서서히 자라나는 아이들, X-23과 처음부터 어른인 X-24. 그들 사이엔 인간의 무기화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하나는 인간적이고 하나는 텅 빈 껍데기라는 차이가 있다.
사람의 본성
"사람은 본성대로 사는 거야, 조이. 그 틀을 깨뜨릴 순 없어. 사람을 죽이면 고통 속에 살게 돼. 되돌릴 방법은 없어. 그게 옳든 그르든 낙인이 되어 지워지지 않지. 이제 어머니한테 가서 괜찮을 거라고 전하렴. 이제 이 계곡에 총성은 없을 거라고."
여기에서 본성은 누군가에게 고통을 주었을 때 죄책감을 느끼는 것이다. 사람은 누군가와 함께하는 삶이 자연스럽다. 누군가의 말과 표정에 공감하거나 나의 감정을 다른 이에게 표현하는 것도 자연스럽다. 생각해보니 그렇다. 그동안 죄책감은 도덕적 뇌가 만들어낸 산물이기에 후천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어쩌면 죄책감도 인간의 본성 중 하나일 수 있겠단 생각이 오늘에서야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