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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조각
달리기를 못했던 지난겨울 불린 지방 친구들은
아직도 절친이다. 베스트 프렌드.
그러나 무엇을, 누구를 위한?
복싱을 새롭게 시작하고
주말마다 등산까지 추가한 이후
겨우 1kg의 차이를 보인다.
이리저리 왔다 갔다 나를 놀리는 숫자 1.
체지방이 늘었다가 빠졌다가
근육이 빠졌다가 늘었다가 죽겠다.
그래도 체중 증가를 멈춘 뒤,
멱살을 단단히 잡은 듯 뒤흔들고 있다는 점에
의의를 두고 앞을 향해 기어가고 있다.
날이 풀려서
날이 흐려서
날이 좋아서
새삼 다 귀찮아 죽겠는데
이 와중에도 입맛이 돈다.
어쩌자고, 진짜.
먹는 양을 줄여야 할 때인데, 속에서 자꾸 메아리친다.
‘어쩔 건데, 맛있는데.’
거울 속에는 계속 슈퍼 보름달인데,
자꾸 뭐가 그렇게 맛있다.
분노하기 전에 받아들여야지.
기껏 활동량을 채워놓고
잠들기 전에 떡볶이를 먹는 나를,
맥주 한 캔과 감자칩을 먹는 나를,
고요한 새벽에 냉장고에서 파인애플을 꺼내 먹고,
물 1L를 삼키고,
건어물과 망고 슬라이스에 손을 뻗는 나를.
사실 너무 서운하고 분하고 없애버리고 싶지만
내가 자꾸 뭘 먹으려 하고
못 참고 먹어도 사랑, 해야지.
어쩌겠나, 그런 것도 다 나인 걸.
오늘도 눈물인지 땀인지 모를 것을 흘리고
다시 내일을 준비한다.
by 개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