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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복사 Jun 28. 2024

D+19 콤비네이션


D+19



최고가 되는 길은 어렵구나.

하이 가드를 배웠다.

말 그대로 주먹을 눈썹 높이에 놓고

높게 방어하는 동작인데, 이때 팔꿈치는

하늘로 치솟지 않고 몸에 바싹 붙인다.

자세를 잡아보면 앞을 보기가 어렵지만,

그래도 눈은 상대의 얼굴과 주먹에 두어야 한다.

주먹을 피할 때는 생각보다 약간씩만 몸을 틀어준다.

복싱 동작하면 생각나는 효과음,

슉슉-하는 그런 느낌과 유사하다.

그러나 이해와 체득은 마음처럼

한 번에 이뤄지지 않고 끝과 끝이라서,

대체 어떻게 방어해야 하는지 감을 잡지 못해

상대의 주먹마다 족족 맞았다.

다행히 실전이 아니고 연습인 데다,

상대가 못할 때는 특히 더 서로 조심하는

상식선의 회원만 계셔서 다치지는 않았다.

물론, 그렇다고 톡-하고 가볍게

하지는 않아서 조금 아프기는 아프다.

본다고 보는데, 나도 모르게 겁부터 나는지

주먹을 피하기가 어려웠다.

하나씩 천천히는 알겠는데,

동작을 이어서 하거나

막상 맞아 죽는다는 생각으로 피하려면 어렵다.

아, ‘막상 맞아 죽는다’고 생각하는 게 문제인가!

그래서 더 지레 겁부터 먹나?

좀 더 연습하고 싶었는데, 체력을 소진하여 아쉬웠다.

오늘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복싱에서는

왼손과 오른손 개념이 없다는 것.

하긴, 왼손잡이, 오른손잡이가 있는데 이상하긴 하다.

대신 앞손과 뒷손 개념이 있단다.

공격형으로 뻗어두는 팔이 앞손,

얼굴 턱에 붙여 가드하는 팔이 뒷손이다.

그리고 제자리에 있는 것도 없는 개념이다.

그건 그냥 연습을 위해 스텝을 뛰지 않는 것이지,

실전에서는 앞이든 뒤든 무조건 스텝을 뛰어야 한다.

기본 동작을 배우면서는 도저히 어떻게 배우고

뛰게 될지 빨리 알아가고 싶었는데,

맞고 공격하고 스텝을 쉼 없이 뛰어보니

더 뛰고 싶고 계속하고 싶고 그렇다.

나와 잘 맞는 것 같다. 한 가지 단점은,

동작을 조합한 걸 콤비네이션이라 하는데,

자꾸 피자 생각이 난다는 점?

그래서 정말 피자를 사 먹었다는 점 정도다.


by 개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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