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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조각. 목성은 어디에

by 개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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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조각



겨울철 산책의 묘미는 밤하늘에 있다.

해가 일찍 져 더 오래 마주할 수 있는 우주.

그중 자주 마주하는 건 목성.

가끔은 토성, 아주 드물게는 금성.

옥상이나 고층에서 또는

공원에서도 가장 높고

빛이 적은 곳에서 올려다보면,

밝은 곳에선 알 수 없던 별을

눈에 가득 담아볼 수 있다.

보름달일 때는, 벌써 음력 15일이 되었구나

시간을 가늠하기도 한다.

언제 보아도 각자의 속도에 맞게

보이거나 안 보이는 행성을 보고 있으면,

마음을 들쑤시는 걱정과 불안이

조용해지는 것을 느낀다.

별은, 빛이 없을수록 어둠이 짙을수록 잘 보인다.

그런 어둠 안에서는

걱정도 불안도 편안함도 한데 섞여서

구분할 수 없다.

괜찮다고 생각하면 괜찮은 것이고

힘들다고 생각하면 힘든 것이다.

발조차 보이지 않는 어둠 안에서

내 빛과 그늘을 뒤섞어 다시 시작하는 일.

쉼 없이 마음 끓이는 일에 계속 몰두하고 있으면,

결국은 몸도 정신도 망가지게 된다.

붙들고 있어서 해결되는 일은 없다.

계획대로 마음대로 되지 않을수록

붙들고 있던 걸 내려놓고,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봐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북극성이 보이고,

달 옆의 목성이나 토성도 볼 수 있는 것이다.

목표점을 넘어서

주변의 별까지 볼 수 있는 정도가 되어야

어둠에 익숙해져 빛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므로.

지난 며칠간은 지독한 악몽에 시달렸다.

겹겹이 펼쳐진 꿈속의 꿈은

제각각의 재난을 담고 있어서

꿈에서 깨어도 깬 것 같지 않고,

일상속에서도 균열을 만들어 너무 괴로웠다.

빛도 어둠도 잃어버려

그 사이 어딘가 갇힌 느낌은

숨이 쉬어지지 않는 것과 같은 고통이다.

그렇게 내내 어둠 속에 웅크리고 있다.

별이 보일 때까지.

언제나 존재하고 있는 북극성이,

닿지 못해도 마주할 수는 있는

목성과 토성이 보일 때까지.

다시 빛과 그늘을 뒤섞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때까지.


by 개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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