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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조각
아침에 출근하기 위해 나오는데
구름이 예뻐서 사진을 찍었다.
맑은 하늘과 층층의 층적운을 보니
집에 가고 싶어졌다.
겨울은 해가 짧아 아쉽다.
다시 보게 될 하늘은 어두울 거라니.
조금이라도 더 오래 보고 싶었는데
금방 지하철역이 나왔다.
계속 꾸준하게 걸었더니 보폭이 또 커졌다.
자꾸 앞사람의 신발을 밟는가 하면,
계단에서는 자꾸 계단의 폭을 넘어선다.
주의하지 않으면, 앞구르기다.
가늠되지 않는 보폭을 신경 쓰며 걷는 요즘이다.
세상 살아가는 일이
이렇게 변화가 잘 느껴지면 좋을 텐데.
정작 가장 중요한 건,
주의를 기울이고 신경을 곤두세워도
알아차리기가 어렵다.
정수리의 흰머리, 목의 주름, 발달하는 턱,
어딘가에서 고요히 자라나는 용종,
변화하는 호르몬,
슬금슬금 부피를 들리는 복부지방,
엄마의 노안 같은 것.
사실은 안경이 없으면 이젠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는 엄마의 고백 같은 것.
얼굴에 올라온 뾰루지를 누구보다도
빠르게 알아차리고 놀리던 엄마가
몇 날 며칠이 지나도 아무 소리 없으셨는데도,
그런 변화가 있을 거라고 생각조차 못하고
엄마가 이제 내게 자유를 주시나보다
편하게 생각했었던 지난날.
마치 몽골 사람처럼
누구와 대결해도 지지 않을 만큼
시력이 좋았던 엄마가
연세에 비해서도 이르게
그리고 연이어 시력이 떨어질 때,
내 세상은 무너지고
의연하게 대하려고 노력하지만.
세상이 너무도 야속해 결국 남몰래 눈물을 훔친다.
내 시력이라도 떼서 드리고 싶지만,
그럴 시력도 없어 화가 난다.
애초에 엄마의 시력 유전자는 내게 온 적도 없으니.
안경을 다시 맞춘 지 몇 개월밖에 안 됐지만,
다가오는 주말에 새 안경을 맞추기로 했다.
맛있고 몸에 좋은 거 더 많이 사드려야지.
드시고 싶어 하는 음식은 죄다 사드려야지.
유명한 재난 영화 《투모로우》의
영어 원제는 ‘The Day After Tomorrow’로
내일이 아닌 모레의 뜻인데,
한국에서는 모레도 멀다는 이유로
내일을 뜻하는 ‘Tomorrow’로 개봉됐다.
효도는 투모로우도 멀다.
효도는 항시에, 투데이에 그리고 언제나 셀프로!
오랜만에 부모님을 안아드려야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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