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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조각
바쁜 날들이 있다.
사랑하는 취미와
삶의 기쁨인 식사도 거르게 하는.
만남은 하나도 없고
생명이 있는 것부터(사람과 산과 나무와)
생명이 없는 것(앞서 말한 것 포함)까지
총망라하여 이별만 가득한.
어제도 그런 날 중 하나였다.
잠들기도 일어나기도 힘들어서
째깍째깍 초침 소리가 들리는 듯한
촉박하고 시달리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다가 쉬는 날을 맞이하고,
그렇다 해도 충분한 쉼이 되지 않는 그런 날.
해내야 해서 더 하기 싫고
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어
최선을 다해내다가도,
반대의 최선으로
있는 힘껏 미루기도 하지.
사람이 화가 너무 나면
말도 안 나오고
표정도 안 지어지고
식욕도 사라진다는데,
솔직히 식욕이 사라진 적은 없는 것 같고.
그래서 너무너무 화가 치솟아버린
어제 아침에는 모자란 시간을 쪼개서
전신 운동 30분을 했다.
힘껏 땀을 흘리고 다시 씻고
정상 출근 막차를 붙잡으며
아슬아슬한 시작을 열었다.
사라지길 바라는 것을 적어본다.
가장 먼저는, 아무래도 ‘빨리’와 야근.
한국인은 일도 많이 하면서
무수한 ‘빨리’를 달고 산다.
너무 숨 막힌다.
어른도 여름방학이 필요해.
단 일주일이라도 공식적으로
일에서 벗어나 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가능하다면 유급으로.
그런 걸 우리는 연차라고 부르지만,
턱없이 부족하고
때에 따라 못 쓰기도 하니까.
연차에서 나아가 강력한 시스템이 있었으면.
상상은 해볼 수 있는 거니까.
사라지길 바라는 목록은 끝이 없다.
러브버그, 해충, 습기, 재난, 멸종.
동시에 좋아하는 목록은 매 순간
흐려지고 끊어지고 사라진다.
좋아하고 사랑하고 즐거운 마음이 많아야
삶을 지탱할 수 있는 법인데도.
저주하는 마음으로 희망을 부르짖는 모순.
이번 주 마지막 출근일인 금요일 아침.
휴일에는 따뜻하다 못해
뜨거운 마음들을 채워야겠다.
by 개복사
(* 사진의 새 이름은 노랑턱멧새)
조각조각의 둘레2 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