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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조각
어느 날 저녁의 공원에는
슬로우조깅을 하는 인간과
개똥으로 가득했다.
둘 다 유난스럽게 많았다.
공원을 거의 매일 같이 가다 보면
꾸준하게 운동하는
부지런한 이들을 자연히 알게 된다.
그러면, 운동을 시작하는 사람과
날이 좋아 나온 사람 그리고
같이 산책하는 반려견까지
알아차리게 된다.
이를테면, 복장이 화려한 운동인은
다음날은 물론 다음 주에도
없을 가능성이 높다.
저녁의 공원에 스며드는 옷차림의 이는
시간대가 다르더라도
마주칠 가능성이 높은 것처럼.
아주 천천히 걷는 두 명의 사람이 있다면
둘 중 한 명은 아프거나 회복 중일 수 있고,
빠른 속도로 걷기만 하는 사람은
빠르게 일상을 되찾고 싶은 걸 수도 있다.
반면에, 너무나 귀여운 반려견과
짐 하나 없이 홀홀 걷는 견주가 있다면
배변 봉투 또한 없을 확률이 높고.
(옷이 얇은 여름 한정이다)
대부분의 견주와 반려견이
서로에게 내뿜는 사랑의 빛이
공원 어디서나
환하게 느껴지는 와중에,
때때로 짧은 목줄에
끌려가는 강아지를 볼 때는
마음이 아프다.
숨찬 목소리로
“아직.. 아직.. 아니야?” 하면서도
“그래, 더 놀자!” 하면서
반려견과 무한으로 뛰는 견주도 있지만.
내 눈에 행복하게 비치는 사람이나
힘들어 보이는 사람이나
이상하게 보이는 사람도 모두
저마다의 사연이 있을 것이다.
각각의 기쁨 속에서 고난을 겪고
격통 속에서도 웃음을 얻으면서.
냅다 죽으라는 것 같다가도
살아갈 구멍이 생기는 게 이승이므로.
못하겠으면 잠시 쉬기.
상처가 생겼으면 덧나지 않게 하기.
뛰지 못하겠으면 걷기.
걷지도 못하겠으면 누워 있기.
by 개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