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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이 Mar 17. 2024

독립출판을 덜컥,

두 번의 전시를 하면서, 이 드로잉들로 책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했습니다. 전시에 찾아온 친구들과 이야기나누다 나온 자연스런 결정이었습니다. 꽤 오랫동안 독립출판에 관심이 있었고 저도 해보고 싶었는데, 기회가 없었습니다. 사실 용기가 없어서 핑계를 많이 찾았던 거겠죠. 그러다 퍼뜩, ‘아, 이 드로잉들은 독립출판물에 어울릴지도 몰라’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래 그림책을 만드는 사람이니까, 뭐든지 책이랑 연결시키는 버릇이 있기도 했고요.


그렇지만 혼자 다짐한 일들이 늘 그렇듯, 하루하루 미루곤 했습니다. 언젠간 꼭 해봐야지, 하면서요. 그러다가 2020년 봄, 갑작스런 팬데믹 속에서 모든 일정이 뒤죽박죽이 되어버렸어요. 혼자 집에서 일하는  프리랜서에게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모임도 회의도 모두 미뤄지니 하염없이 빈 시간이 생겼고, 집에서 혼자 할 수 있는 일을 해야만 했습니다. 그렇게 그 봄, 저는 더듬더듬 글을 쓰고 그림을 고르고 인디자인을 켜고 책을 만들었습니다. 인쇄소를 여기저기 가볼 새도 없이 온라인으로 주문할 수 있는 곳을 찾고, 아는 종이와 아는 옵션으로만, 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으로만 제작하기로 했습니다. 그 한 달의 기회를 넘기면 만들지 못할 것 같았거든요. 그렇게 텀블벅을 도전하고 독립출판을 덜컥 시작해버렸습니다.


사실 책을 만들면서도 ‘누가 살까’ 큰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인스타를 매일 봐주는 친구들, 전시에 와준 친구들이 함께 간직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었으니까요. 그런데요, 역시 책을 만든다는건 예상치 않은 일들로 이어집니다. 아무리 소소한 독립출판물이어도 제 손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가니까요. 팬데믹 한복판에서 만드는 바람에 북페어 한번 나가보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즐거운 인연을 잔뜩 이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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