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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겨울 Feb 14. 2021

나무

 나무 앞에 앉아 썩은 가지가 드리운 하늘을 한없이 올려다보았다.

 나무는 삼백 년이 넘도록 그 자리에 있었다. 사약 먹고 죽어간 어미에 대한 아들의 그리움이, 제 아들을 뒤주에 가둬 죽이던 아비의 불호령이 담긴 세월만큼 자라 혼자 힘으로 지탱하지 못할 지경이 되었다. 머리에 얹은 까치집이 무거워 보였다.

 죽은 나무를 노래한 시인이 있었다. 마로니에서 천 원만, 구걸하던 시인은 꿈을 꾸었다. 썩은 나무는 푸른 하늘에 닿을 듯이 가지를 펴며 자라 갔다. 시인은 선언했다. 그 나무는 썩은 나무가 아니다. 붉은 동백과 시인의 꽃잎이 통째로 떨어졌다.

 나무는 삼백 년이 넘도록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관리의 책임을 맡았다는 도서관장은 나무 나이의 반의 반도 먹지 않았다. 파아란 하늘 아래서 오래된 나무를 올려다보는 그는 외로워했다. 눈가에 눈물이 비치어, 어깨를 꼭 감싸줄 수밖에 없었다.


 이건 죽은 나무는 아닌 것 같아.

 나무줄기를 따라 푸른 이끼 같은 것이 끼어 있는 걸. 그가 하는 말은 시인과 같았다. 붉게 녹이 슬어 헐거운 철골 장치가 나무의 어깻죽지를 떠받치고 있었다. 이것은 나무가 죽지 않은 까닭에 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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