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편지는 영국에서 최초로 시작되어...
"너 또 영업실적 이따구지? 회사에 불만있냐? 돈 따박따박 나오니까 일 대충해도 니 알바 아니지?"
부장은 파티션 너머의 다른 부서에 들리게까지 일부러 배변까지 참아가며 모은 듯한 뱃심으로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편씨는 할 말이 없었다. 부장의 말마따나 자신의 실적은 형편 없고 친척과 친구들한테는 모조리 팔아먹었으며, 남은 것이라곤 다 흩어지고 남은 한 줌의 인맥과 사원과 대리 사이의 어설픈 이름의 자신 뿐이었다.
"에휴 저거저거 그 때 싹수 알아보고 쳐냈어야 하는데, 이놈의 정이 뭐라고 쯔쯔..."
부장의 혀엔 발이라도 달린냥 차는 혓소리가 차지기 그지 없었다. 동기이자 과장인 그의 상사는 너텔레한 웃음을 지으며 부장을 달랜다.
"부장님, 참으세요. 그래도 성실은 하지 않습니까? 저랑 담배나 한 대 피러 가시죠. 안그래도 요전번에 좋다고 하셨던 곳 얘기도 좀 할겸." 과장의 말에 부장은 반색하며 몇 안남은 머리를 쓸어넘기며 그를 따라 나섰다.
편씨는 부장이 말한 그 때를 떠올린다.
그 날은 여느 날처럼 사무실과 밖을 전전하며 사돈의 팔촌의 오촌 어른의 외동딸에게 공기청정기가 필요하지 않냐고 묻고 있었다.
날은 더워 밖에서 전화 한통만 해도 젖꼭지 패치가 젖어 셔츠 틈으로 번들한 젖꼭지가 비치었고, 땀은 폐부까지 스며들어 고통스러운 여름이었다.
전화를 마치고 판매를 올려 정강이 한 대는 덜 맞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던 편씨는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며 자리에 앉았다.
그 때 회사 메신저를 통해 하나의 메일이 도착했고, 발신자는 자신이 호감을 가지고 있었던 경영지원팀 사원이었다. 다시봐도 메일은 편씨 혼자 수신인으로 되어 있었다.
편씨는 자기같은 소시민의 삶에도 여름 태양보다 뜨거운 햇살이 내리쬘 수도 있다는 사실에 감격했다. 하지만 메일을 열어보니 부서간 설문조사라는 한줄의 내용이 보였고, 하단에는 링크가 한 줄 첨부되어 있었다.
편씨는 아무 생각 없이 링크를 눌렀고, 이내 인터넷에는 "x간x베스x"라는 사이트로 연결이 되었다. 편씨는 에어컨 바람에도 불구하고 땀이 흘렀지만 애초에 외부 사이트 차단이기도 했고 자신이 직접 접속한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떳떳하다고 생각하며, 혹시 누군가 봤을까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다행히 아무도 못본 것을 확인한 편씨는 메일을 삭제했다. 그리곤 그녀에게 답장을 보냈다. "링크 잘 못 주신거 같은데 다행히 저한테만 보내셨네요. 제가 삭제했습니다."
편씨는 그녀의 실수에 너그러움까지 보탠 자신의 대응에 상당히 만족스러웠고, 혹시나 그녀와 밖에서 만나면 어떤 옷을 입어야 할미를 고민하며 최근들어 부쩍 늘어난 뱃살이 신경쓰였다.
하지만 그녀는 메일을 읽지 않았고, 사내 메신저로 보낼까 싶었으나, 바빠서 내일 읽으려나 보다 라며 성급한 자신을 탓했다. 외근에서 돌아온 부장은 실적 하나 해놓고 전기세 빨아갈 염치는 있냐고 물었으나, 아무 소리를 들어도 청바지가 꽉 낄거같다는 생각이 더 짙었다.
귀가 후 꿈속에서 그녀와 손을 잡고 벚꽃 구경을 갔던 편씨는 오늘 답장이 안오면 개인 회신으로 연락을 넣어야 겠다는 당찬 포부를 다졌다.
그리고 출근 후에 본 화이트 보드에는 "비허용 사이트 이용 내역"이라고 대자보가 붙어 있었고 큰 종이에 비해 한줄의 글과 그림만 인쇄되어 있었다. 개인에게 과한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성씨만 공개된 글씨에는 xxx부서 xxx팀 xxx파트 사원 편xx라고 써있었고, 아래에는 x간x스x의 화면이 캡쳐되어 있었다. 편씨는 당황하며 경리과의 사원을 찾았으나 그녀는 연차로 오늘 출근하지 않았다고 했다.
부장은 출근하자마자 편씨의 정강이를 걷어찼고, 편씨는 도저히 어떤 맥락에서 자신이 이렇게 되었는지 파악할 수 없었다. 옆에선 자신의 동기가 실적을 많이 올렸다며 칭찬을 받았고 동기는 "운이 좋았습니다"라며 다 부장님 덕분이라는 클리셰를 활용하고 있었다. "동기 반만 닮아라, 사고 좀 치지말고 응?" 편씨는 나는 운이 나빴을 뿐이라고 이야기 하고 싶었지만, 아직 얼얼한 정강이의 통증을 삼키며 말을 아꼈다. 하루만이 이미 모든 직원들이 다 자신을 x베충으로 몰아가고 있었지만, 편씨는 경리과의 직원이 해명해준다면 다 풀릴 오해라고 사실은 내심 가벼히 여기고 있었다. 하지만 여직원은 다음 날 출근해 자신은 보낸적이 없다고 하였고, 수신자도 발신자도 없어진 메일을 복구할 수는 없었다. 편씨는 왜 자신이 하는 일은 이렇게 꼬이기만 할까라고 속으로 말했지만, 누구도 들어줄 리는 없었다.
회상을 마치고 그는 자리로 돌아와 앉아 "주소 속이는 법"을 검색하고 메일을 쓰기 시작한다. 수신인은 자신의 동기인 김과장. 아까는 고마웠다는 내용으로 쓰며 이 사이트에 좋은 정력제 팔더라 라고 쓰며 그의 고민에 대해 적는다. 하지만 이내 이걸 보내면 자신도 누군가와 똑같은 사람이 되는 것 같아 메일을 지우고 사돈의 팔촌의 언니의 형에게 전화를 건다. 오늘은 누가 자신에게 행운을 가져다 주지 않을까라는 작은 기대를 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