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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처럼 Dec 18. 2020

코로나와 코뿔소의 시간

사유의 정원에서

도쿄의 코로나 감염자 수가 882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것은 도쿄도 내의 집계이고 일본 전국으로 하면 3천여 명이라고 한다. (필자는 일본 도쿄에서 거주중입니다) 뭐랄까, 이제 정말 코 앞에 코로나 바이러스들이 춤을 추고 돌아다니고 있는 느낌이다. '아직도 안 걸렸니이~~~?' 으스스한 미소를 띤 채 증상과 무증상의 야누스적 얼굴을 하고 숙주를 찾아 떠도는 양상이라고 할까. 882명의 감염자들 중 감염경로를 확실히 아는 사람들은 43퍼센트 정도. 나머지는 어떤 경로로 바이러스가 전염되었는지 모르는 상황이고, 이 수치는 초기부터 쭉 이어져 왔다.



시기에 즈음하여 문득 생각나는 작품 하나는 유진 이오네스코의 <코뿔소>. 소설이 아닌 희곡 형식을 갖는 이 이야기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하나 둘 코뿔소로 변해간다. 그것은 자신들의 의지이기도 하고, 때로는 의지가 아니기도 하다. 즉, 코뿔소로 변하는 일을 피하기 쉽지는 않으나 분명하고 단호한 의지가 있다면 사람으로 남아있을 수 있다. 하지만 엄청난 결단과 의지가 필요하다. 계속 인간으로 남고 싶다는 강한 의지 말이다. 나약하고 소심한 주인공은 믿었던 친구마저 코뿔소가 된 것을 보며 절망하고, 사랑하던 여인과 끝까지 사람으로 남을 것을 약속하지만 그 여인 역시 최후에는 흔들리고 만다.



코뿔소가 될 것인가, 사람으로 남을 것인가의 갈림길에서 모든 사람들은 코뿔소가 되는 쪽을 택하고 만다. 타인들의 ‘변신’에 대해 비판하던 사람들도 어느새 무서운 속도로 ‘코뿔소화’ 하게 된다. 끝까지 사람으로 남을 것을 결심했던 주인공은 절망하고 괴로워하며 최후의 인간으로 남겨진 채 작품은 끝난다. 시대의 영웅이 되는 것도 아닌, 그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으로. 그가 이후 코뿔소화 하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소위 열린 결말이다. 당신이라면? 의 느낌으로.



코로나에 노출되는 것을 코뿔소가 되는 우화(?)에 비유하는 것은 물론 비뚤어진 일이다. 다만 '전염'이라는 키워드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이 <코뿔소>인지라... 는 변명을. 코로나 뉴스뿐만 아니라 최근 한국의 가장 핫한 시사, 정치뉴스를 장식하는 한 인물과 그가 속한 집단을 보며 역시 <코뿔소>와 '코뿔소화 한 인간들'을 떠올리게 된다. 코뿔소가 상식이 된 세상에서 법도 윤리도 그들 아래에 있다. 어려운 시험을 뚫고 들어간 그곳은 진정 코뿔소들의 세계인 가. 코뿔소화를 거부하는 인간들에겐 혹독한 대가가 따르고...



어수선하다, 코로나와 코뿔소의 연말이란. 두 눈을 똑바로 뜨고 마스크를 꼭꼭 한 채 코로나도 코뿔소도 완강히 거부하기로 하자. 우리들의 변신은 바이러스에 의한 것이 아닌 조금 더 선하고 아름다운 요인으로 인한 것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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