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것은 어쩌다 배불리 맛있게 먹어도 금세 질리지. 사탕을 한 봉지 다 먹긴 힘들어. 더군다나 매일 달고 단 사탕을 먹긴 더 힘들지. 한마디로 단것은 지속성이 떨어져. 반면 '쓴 것'은 어떻지? 이 쓴맛이야말로 사람을 은근히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어. 흡연자는 쓴 담배연기에 눈과 목이 아프더라도 잠시 1시간도 못 참고 다시 담배를 피워. 만약 담배에 케이크처럼 단맛을 넣는다면? 지금처럼 자주 필까?
아메리카노는 설탕이 안 들어가. 카페라떼는 단맛이 들어가지만 아메리카노만큼 대중들이 많이 찾지 않지. 설령 원두의 쓴 맛을 중화시켜주는 각종 감미료가 들어간다 해도 쓴맛을 완전히 이기진 못해. 커피를 마시는 이유는 달콤함이 아니야. 특유의 쓴맛 때문이지.
도박은 이겼을 때 쾌감이 크지만 대부분은 잃고 말아. 쓰디 쓴 맛을 보게 돼. 그 쓴맛에 이끌려 자꾸만 도박장을 찾는 거야.
그럼, 사랑도 중독이 될까? 흔히 연예가 달콤함에 끌려 중독된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사랑의 쓴맛 때문에 사랑에 더 깊이 빠지게 돼. 사랑의 쓴맛을 맛보면 부작용으로 점점 상대에 집착하고 상대를 쟁취의 대상으로 삼기도 하지.
게임도 마찬가지야. 이겼을 때의 짜릿함보다 졌을 때의 씁쓸한 맛이 자꾸만 게임에 빠져들게 하지. 컴퓨터, 휴대전화 게임, 스크린 야구, 스크린 골프 등 한번 쓴맛을 보게 되면 그걸 잊지 못하고 자꾸 하게 되거든. 쓴 것은 중독성이 있어. 그러니 쓴 것을 조심해. 우리가 알고 있는 단 것의 중독성 이면에는 쓴 것의 중독성이라는 그림자가 숨겨져 있어. 쓴 것은 은근히 오래도록 사람을 붙잡아 두고 헤어 나오지 못하도록 하는 마법 같은 가시가 있음을 잊지 않도록 해.
스마트폰에 중독되는 이유도 같아. 잠시라도 하지 않으면 불안 증세까지 나타날 정도로 범국민적인 중독현상을 일으키는 게 스마트폰이야. 왜 그럴까? 콘텐츠의 쓴 맛 때문이야. 투명하고 작은 화면 안에는 나를 자극해주는 쓴 이야기들이 가득해. 새로운 사실을 알려주는 정보들에는 나의 상식과 고정관념들을 여지없이 깨뜨려주는 '고마운' 뉴스들이 많잖아. 그 쓴맛에 자꾸만 눈길이 가는 거야. 내가 이미 알고 있는 정보엔 눈길이 잘 안 가잖아. 반대로 내 상식과 대치되는 무언가 신선하고 자극적인 문구와 글에 시선이 가. 단 것이 아니라 쓴 것을 우리는 은연중에 찾고 있다고. 반대로 내가 믿고 있던 것이 어떤 우상이나 관념에 반기를 두는 글을 보면 속이 '부글부글' 하면서 댓글로 되갚아 주잖아.
내 '믿음'을 인터넷에서 확인하고 '확신'하기 위해서 각종 기사들을 반박하는 댓글을 쓰고 나면 맘이 그나마 후련해져. 이게 다 '쓴 맛'의 중독성 때문이야. 생각해봐. 사랑이 훈훈하게 피어나는 이야기 보다는 공격적이고 비판적인 이런 자극성 강한 쓴맛이 풍겨 나는 글에 검지를 쓱 갔다 대지 않느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