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 보다 더 쓰라린 기억
결국 첫 직원은 우리와 같은 창업자가 될 수는 없었습니다.
창업자들끼리 정말 열정 넘치게 스타트업을 성공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해도 금방 한계가 오고는 합니다. 가족들이나 친구들이 현지에 있는 것이 아니라면 고독한 여정이 될 수 밖에는 없으며, 더욱 피부로 와닿는 차이로 언어와 문화가 다르며 회사를 운영하기 위하여 적용받는 법도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현지에서 창업자들의 초기 정착을 도와주며 통역업무까지 신경 써줘야 하는 첫 번째 직원의 필요성이 빠르게 커집니다.
보통은 현지에서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분들의 도움을 받거나 인맥을 최대한 사용하여 한국인들과 일하는 것이 익숙한 사람들을 추천받아 고용하게 됩니다. 다행히도 법인이 설립되었다면 월급을 주겠지만 회사에서 지급하겠으나, 법인도 아직 세우지 못했을 경우 개인 계좌에서 월급을 지급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지고는 합니다.
어렵사리 첫 번째 직원을 뽑아 첫 월급을 주는 순간에는 약간의 성취감이 들었습니다. 창업자들끼리만 힘을 합치는 것을 넘어서 회사로써 1번 사번을 가진 직원을 고용하게 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감격스러운 마음에 처음 채용한 이 직원과는 이 회사가 끝나는 날까지 함께하자는 마음으로 진심을 다해 또 한 명의 공동창업자를 맞이하는 느낌으로 일을 함께 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마음도 잠시, 빠른 성장을 하려는 급한 마음에 업무시간 외 주말밤낮으로 연락하게 되며 더 나아가 해당 직원의 업무 연관성이 없는 일까지도 계속해서 맡기게 되며 창업자들의 개개인 부탁까지도 부탁하게 됩니다. 어떻게 보면 스타트업 회사에서 고용한 최초 직원이다 보니 본인의 주 업무 외에도 만능처럼 일해야 함이 당연하듯 생각해 버렸으며, 가끔은 월급을 주는 직원이 아닌 창업자와 같이 간주하게 돼버렸습니다.
하지만 그/그녀는 절대로 창업자가 될 수는 없었습니다.
첫 고용을 시작으로 다른 직원들을 계속해서 고용하기 시작하면서 첫 번째 직원과 함께 고생한 것들이 생각나, 직급을 승진시키고 월급을 올려줘서 그간에 고생을 보상했었습니다. 그리고 그러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난데없이 갑자기 사직서를 들고 와서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마지막 월급을 주면서 알게 되었지만 그 직원은 회사의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우리 창업자들의 무리한 요구들을 SNS에 고발하듯이 다 써놨으며, 끝까지 회사를 저주하며 퇴직하게 되었던 것이었습니다. 결국 첫 번째 사번이었든 지분을 얼마나 가지게 되었든 창업자가 아닌 이상 그/그녀는 그냥 스타트업에서 근무하는 한 명의 직원이었던 것입니다.
결국 그 직원은 그렇게 좋은 기억으로 마무리되지 못하고 떠나갔지만 지금까지도 수많은 흔적들, 특히나 꼬여버린 서류들과 기억들로 남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 벌써 1년이라는 시간과 함께 10여 명이 넘는 직원이 회사에 입사하고 또 퇴사하였지만 첫 번째 직원이 가장 기억에 남는 직원이 되었습니다.
이렇듯 사업 초기 공동창업자가 될만한 능력과 책임감을 가지고 혼신을 다하는 직원을 고르고 또 골라 뽑는 것이 맞는 것인지, 흔히 말하는 부품처럼 사용할 직원을 뽑는 게 맞는 것인지 아직은 모르겠습니다만 이러한 직원의 성향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인력을 운용하는 것이 초기 스타트업의 경영자에게 필요한 중요한 덕목이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