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매일매일 다가온 이 시간이 부담스러운 이유.
내가 어떤 하루를 보냈는가 돌이켜보았다. 어떤 점심을 먹었고, 어떤 이야기를 했고, 어느 곳을 갔고. 이렇게 이러한 생각을 떠올리려면 개인적으로 나는 한참이나 더 생각을 해야 하는 것 같다.
원래 이름도 잘 못 외우고 키워드를 잘 잊는 그런 나는 어떻게 보면 참 무심한 사람이라서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또, 무심하고 싶어 하기도 하다.
'아, 내가 오늘 뭘 했지..?'라고 생각을 뒤적뒤적하다 보면
'그냥 평소처럼 일어나서 뭐.. 그저 그렇게 똑같은 하루? 일상은 똑같아도 좋으니 무사하기만 했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내가 지금 당장 '이 일'을 해치우면 시간도 여유롭게 쓸 수 있고, 일의 퀄리티도 높아질 것이고
스스로 지금 '이 일'을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을 억누르고 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세상에서는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 수는 없을 거 아냐.'
지금 당장 '이 일'을 하지 않더라고, 누군가를 만나거나 어딘가를 가려면 그만큼의 지출이나 소모가 생기는 게 많이 아깝다고 생각했다.
'차라리 그 시간에 나 더 쉴래. 생각만큼 신나고 즐거운 시간과 지출이 아니라면 난 하루를 망친 것 같으니까.'
이런 생각으로 나름대로 열심히 지내면서 나름대로의 결실 속에서 '나는 알차고 열심으로 무장한 실패 없는 인생이다.'라고 스스로를 위안하며 지낸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큰 버거움에 허덕이는 나의 이 열심이 사실 아무것도 아닌 일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더 열심히, 더 잘하고, 더 훌륭하고, 더 완성도 있고, 더더더더더..........' 이젠 열심을 내는 것에 두려워져서 놀아도 보고 싶은데, 그렇다고 이제 와서 적당히 즐길 수 있는 인생으로 전환하겠다 라는건 위험해 보였다. 이것도 해봤어야 할 일인데.
오늘도 이렇게 밤이 왔는데, 그냥 보내지 못하겠다. 어두워서 더 그런지 계속 쓸쓸함은 밀려오고 잠 자리 어느 곳 하나 편안한 구석조차 없는 듯하다. 뒤척거리다, 오늘도 나의 점심은 무엇이었던가 의미 없이 한참 생각만 하다, 그냥 들어오는 잠결에 또 조금 있으면 올 내일을 어떻게 맞아야 하나 걱정하며 잠을 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