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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녕안 May 21. 2016

오늘도 밤.

그냥 매일매일 다가온 이 시간이 부담스러운 이유.

 오늘도 밤.


내가 어떤 하루를 보냈는가 돌이켜보았다. 어떤 점심을 먹었고, 어떤 이야기를 했고, 어느 곳을 갔고. 이렇게 이러한 생각을 떠올리려면 개인적으로 나는 한참이나 더 생각을 해야 하는 것 같다.


원래 이름도 잘 못 외우고 키워드를 잘 잊는 그런 나는 어떻게 보면 참 무심한 사람이라서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또, 무심하고 싶어 하기도 하다.


'아, 내가 오늘 뭘 했지..?'라고 생각을 뒤적뒤적하다 보면 

'그냥 평소처럼 일어나서 뭐.. 그저 그렇게 똑같은 하루? 일상은 똑같아도 좋으니 무사하기만 했으면 좋겠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그냥 떠나서 무언가 해방감을 느끼고 싶다는 생각은

사실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내가 지금 당장 '이 일'을 해치우면 시간도 여유롭게 쓸 수 있고, 일의 퀄리티도 높아질 것이고

스스로 지금 '이 일'을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을 억누르고 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세상에서는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 수는 없을 거 아냐.'

지금 당장 '이 일'을 하지 않더라고, 누군가를 만나거나 어딘가를 가려면 그만큼의 지출이나 소모가 생기는 게 많이 아깝다고 생각했다.


'차라리 그 시간에 나 더 쉴래.  생각만큼 신나고 즐거운 시간과 지출이 아니라면 난 하루를 망친 것 같으니까.'




이런 생각으로 나름대로 열심히 지내면서 나름대로의 결실 속에서 '나는 알차고 열심으로 무장한 실패 없는 인생이다.'라고 스스로를 위안하며 지낸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큰 버거움에 허덕이는 나의 이 열심이 사실 아무것도 아닌 일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더 열심히, 더 잘하고, 더 훌륭하고, 더 완성도 있고, 더더더더더..........' 이젠 열심을 내는 것에 두려워져서 놀아도 보고 싶은데, 그렇다고 이제 와서 적당히 즐길 수 있는 인생으로 전환하겠다 라는건 위험해 보였다. 이것도 해봤어야 할 일인데.



오늘도 이렇게 밤이 왔는데, 그냥 보내지 못하겠다. 어두워서 더 그런지 계속 쓸쓸함은 밀려오고 잠 자리 어느 곳 하나 편안한 구석조차 없는 듯하다. 뒤척거리다, 오늘도 나의 점심은 무엇이었던가 의미 없이 한참 생각만 하다, 그냥 들어오는 잠결에 또 조금 있으면 올 내일을 어떻게 맞아야 하나 걱정하며 잠을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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