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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녕안 Jun 07. 2020

하기 싫은 일을 앞두고 망설이는 나에게.

커다랗게 쌓인 빨래, 켜켜이 높아진 설거지, 시커멓게 쌓인 먼지들, 나 진짜 모른 척하고 싶은데.


미친 듯이 울리는 업무 메일, 더불어 오는 카톡 푸시, 울부짖으며 울어대는 전화, 나 진짜 미쳐버릴 것 같은데.


잘해준다고도 찾 말아 주었으면 날 좀 잊어주었으면..

술도 사준다고 않았으면, 나 언젠가 그거 갚아야 되잖아.


뇌 주름을 블라우스와 함께 다려버렸는지

우리 할머니 못지않게 맨날 깜빡거려.

맨날 핸드폰 잃어버려서 배불리 욕먹기 일쑤인 바보 같은 나.

텅텅 비어버린 머리, 휑하니 빈 머리숱. 내 청춘이 왜..


두통에 어깨까지 뭉치는 날엔 그냥 다 포기하고 싶다.

내 꿈도, 내 삶도, 누군가의 딸도, 누군가의 애인이나 친구도.

지쳐버린 날에 그냥 맥주나 홀짝거리며

봤던 영화 보고 또 보고, 보고 또 보고 그냥 그래 버리고 싶어.

 

사라진 자신감, 잃어버린 자신.

사라진 자아존중감, 잃어버린 자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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