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그녀가 내게 말했다.
'젊은데, 이런 세상을 너무 일찍 깨달은 거 아니에요?'
그러게. 나는 어른이 되었는지도 모르게, 그냥 그게 맞는 건 줄 알면서 살아왔나 보다.
힘들어도 징징대면 안 되는 일이 있고, 기뻐도 내색할 수는 없는 일이 있고.
간절히 원하는 일도 언젠 가는 꼭 이루어지리라 믿으며 가야 하는 순간도 있고,
간절히 원하는 일이 되지 않을 때에도, 지금은 때가 아닌가 라며 훌훌 털어버려야 할 날도 있나 보다.
웃기게도 이 모든 걸 반복하다 보니 이제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게 맞는 건지,
어떻게 살아가는 게 진짜 '나'로 살아가는 건지 잘 모르겠는 순간에 왔다.
나는 젊고, 아직도 하지 못한 일들이 참 많은데. 늘 어딘가에 묶여, 어디엔가 마음을 빼앗겨 살아간다.
다들 그렇게 살아가는 건지, 아니면 나만 이렇게 살아가는 건지.
살아가는데 답이 없는 건 잘 알고 있는데, 답이 없는 건지 풀이가 달라서 모든 답이 달라지는 건지.
답답한 마음에 이곳저곳 마음도 내어놓았다가,
그 마음에 하나 상처 입으면 어둠 속 저 깊은 곳으로 숨어도 보았다가,
또다시 이 모든 걸 반복하다가. 끝끝내 나는 어디엔가. 어느 길목 중간쯤에 서 있는 것 같다.
지칠 때로 지친 것도 같은데. 무뎌져 버린 모든 것들이 내가 괜찮은 줄로 착각하게 만든다.
가끔씩, 욱 하고 올라오는 울음을 참으려 들면 지금껏 착각했던 내가 안쓰럽게 느껴진다.
그 어느 누구에게 진심을 다해 말도 하지 못하고, 지금까지 버텨온 내가. 아직은 젊은 내가. 참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