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으로는 옥수수와 달걀과 빵을 받긴 했는데
밤늦게 도착한 우리는 비행기에서 공항으로 내려졌다. 항공사는 오버 스탑 시에는 호텔로 안내해 준다고 했지만, 누구도 어디로 가야 하는지 설명해 주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출발한 중국 비행기에 한국인은 엄마와 나뿐이었고, 다른 나라의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 중국 사람들이었다. 매력적인 항공료와 비례해서 비행기가 너무 자주 덜컹거려서 다시는 중국 비행기를 타지 말아야지 다짐했다. 도착한 작은 공항에는 늦은 시간이라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어둡고 낯설었다. 우리는 이곳에서 12시간 동안 무엇을 할지 몰라 속이 울렁거렸다. 나만 믿고 있는 엄마가 옆에 가까이에 붙어 있었다. 처음부터 각오한 일이지만 보호자의 역할이 바뀌어 있었다.
항공사 유니폼을 입은 사람만 보면 같은 질문을 했다. 트렌짓 호텔을 잡으려고 하는데 어디로 가야 하냐고. 승무원 중에 친절하게 길을 알려주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피곤해서 그랬는지 손으로 방향만 가리켰다. 엄마와 나는 중국 출국장을 빠져나왔다. 공항에 사람들은 거의 없었고 환하게 불이 켜진 곳도 없었다. 긴장 한 우리는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엄마는 나를 믿었고 나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 계속 걸었다.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사람들이 의자에 앉아서 또는 서서 한 곳을 향해 화를 내고 있었다. 중국 승객들이 모두 화가 나 있었다. 화가 날 정도니 무엇인가 잘못 된 일인 것 같이 느껴졌다. 나는 그들과 함께 줄을 서고 트렌짓 호텔에 대해 물어봤다. 문제는 항공사에서 트랜짓 호텔을 잡는 것이 늦어졌던 것이었다. 항공사 직원은 호텔을 잡고 있으니 무작정 기다리라고 말했다. 팔을 늘어뜨리고 있는 중국 사람들 틈에서 나 혼자 긴장한 채로 왔다 갔다 하면서 기다렸다. 새벽이 돼서야 승무원이 돌아왔고, 같은 스티커를 붙인 사람들이 모여서 버스를 탔다. 엄마는 안심하기 시작했지만, 나는 아직 긴장한 상태로 창밖을 바라보았다. 호텔로 가는 중에 빈 건물들을 많이 봤고 사람이 오래 사용하지 않은 것들이 불안함을 부추겼다. 빈자리 없이 들어 찬 오래된 버스가 비어진 도시로 들어가는 것이 무서운 생각을 가져왔다.
넓은 화장실은 정말 이상했다. 로비에서 본 안내인도 무척 어색했다. 엘리베이터의 소리와 냄새로 이미 신경이 곤두서 있는 상태였다. 반면에 엄마는 침대가 두 개나 있는 것도 화장실이 넓은 것도 마음에 든다고 웃음 지었다. 둘만 남겨진 공간에서야 우리는 웃었다. 예상하지 못했던 일로 미묘한 긴장감은 여전했지만 여행의 설레임과 찜찜함을 안은 채로 침대 위에서 옷을 입고 잠을 청했다.
어젯밤에 만난 호텔 직원이 웃으면서 조식을 손에 쥐어 줬다. 옥수수와 삶은 달걀과 빵이 투명한 플라스틱 안에 들어 있었다. 어제 새벽에 만났던 사람들을 아침에 만나니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웃으면서 버스에 탔고 공항에 도착해서 도시락을 열어 봤다. 여러 번 시도했지만 나는 먹을 수 없었다. 엄마는 한 통을 다 먹고 화장실도 다녀왔지만, 반면에 나는 어떤 것도 입에 안 들어왔고 자꾸만 비위가 상했다. 중국 호텔에 들어가고 도시락도 받고 무사히 공항으로 돌아왔지만 긴장은 늦출 수가 없었다. 엄마와 여행은 생각한 것과는 다른 일이었다.
런던으로 향하는 작고 덜컹거리는 비행기를 만나려고 우리는 다시 일어나서 걸었다. 중국에서 런던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도 두 번의 기내식이 나왔지만 역시 나는 먹을 수 없었다. 나는 어서 히드로 공항에 도착하기만을 바라면서 긴잠을 청했다. 나와는 다르게 엄마는 두 번의 기내식과 간식 그리고 덜컹거리는 비행기 안에서 두 편의 영화까지 봤다고 나에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