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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주황 Dec 25. 2021

말로 옮기는 것이 어렵다면

크리스마스를 핑계 삼아 편지를 써봅니다.



 나가다가도 삐끗하는 날들이 있습니다. 열심히 살아 냈다고 생각했지만  손인 것을 느낄 ,  바람이   주변을 서성거릴 , 멈춰 있는 것이 아니라 뒷걸음치고 있음을 온몸으로 느낄 ,  마음을 말로 옮기는 것이 힘이 드는 날이 있습니다. 주변의 걱정에 답해야 하지만 말로는 하지 못할  편지를 써서 마음을 전달하기도 합니다.



엄마.

뭘 잃었는지 알지 못하는 날이 많아지면서 내가 했던 노력들이 내 발목을 잡았어요.

뭘 위해서 그 시간을 살았는지. 묻고 또 물었지만 답을 아직 찾지 못했어요.

사람이 먼저 되라는 당신의 성화를 지키며 사는 것도 벅차서 억울하기도 조금 합니다.

결심이 서질 않으니 부디 몰아세우지 마세요.

저는 부끄럽지 않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리고 이전과는 달라져야 함을 점점 크게 느끼고 있어요.

크리스마스에 엄마는 무슨 생각을 할까요?

엄마를 위한 날들이 펼쳐지기를 바라요.

엄마 마음이 시키는 일들을 하시길 바라요.

우리가 나중에 기억 안에서만 울고 웃을 수 있을 때, 풍부하게 웃고 울 수 있도록.



새로운 일을 시작해야 하는지, 조금 더 기다려야 하는지 정말로 아무 이정표도 보이지 않는 길에 서 있을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배우질 못 한 것 같습니다. 크리스마스를 핑계 삼아서 엄마에게 마음을 말하는 글을 적었습니다. 그래서 엄마는 무슨 생각을 하시게 되었는지, 답장이 언제 도착할지는 모르겠지만 말하지 않는 것보다는 이렇게라도 이야기하는 것이 우리에게 더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조용하고 춥고 그리고 따뜻했으면 하는 크리스마스에 마음속에 말들이 눈처럼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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