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주황 Dec 28. 2021

말에도 온도가 있다면

올 겨울 제일 추운 날보다 더 추운 말을 들었습니다.



 겨울 들어 가장 춥다는 아침에 어렵게 잠자리에서 일어나 일을 하기 위해서 지하철에 탔습니다. 그저 그런 하루와 마찬가지로 지하철에서 내리고 에스컬레이터를 타려는데 문에서부터 불어오는 바람이 목덜미를 스치고 지나가는 것이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발을 동동 거리면서  터의 문을 열었고 그렇게 하루가  시작되었습니다. 다시 집에 돌아갈 생각에 하루가 까마득하게 느껴졌습니다.

일이 끝나가고 이제 집으로 돌아가려는 채비를 하는데 조용히 사수가 불러 세웠고,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으로 지적을 받았습니다. 어쩐지 바깥 날씨보다 마음이 더 허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이럴 때는 아무 생각하지 않는 것이 도움이 되었던 것을 어쩌다 기억해 냅니다. 이어폰을 귀에 꼽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몸을 늘어뜨리고 말들을 머릿속에서 만들어 내지 않기 위해서 애를 쓰며 잠에 들었습니다.

어제의 마음이 이어져서 그런지 힘이 조금 빠지는 아침이 시작되었습니다. 사수의 전화가 아침부터 울립니다. 기분보다   높여서 전화를 받았습니다. 문제는 조금  나의 실수가 스케줄의 변화를 가져온 것입니다. 나는  문제에 대해서는 심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수의 말은 납득할  있는 온도였습니다. 그것은 분명히 나의 잘못으로 생긴 것이므로 이번에는 마음이 가라앉았습니다. 미처 정리하지 못한 일을 협력업체와 정리하고 일을 다시 보고하는 중에도 마음은 차가운 얼음 속으로 가라앉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의 사수는 살기가 가득  얼굴로 어떤 말을 합니다. 나는 무엇보다 사수와  지내왔기 때문에 이번에는 정말로 아주 차갑게  말을 듣습니다. 나는 전의를 상실했습니다. 가라앉은 마음을 다시 잡을 생각도 하지 못하고  마음이 다시 얼음 위로 떠오를 때까지 기다릴 생각입니다.

그런 와중에 갑자기 말들이 생각났습니다. 살기가 실린 차가운 말이 생각났습니다. 내가 받은  추위와 비슷한 것으로 나도 누군가에게  것이 기억났습니다. 그리고 염치없지만, 마음속으로 용서를 빌어 봅니다. 부디  사람이 차가운 오늘 같은 날에도 따뜻한 사람과 함께 있기를 빌어 봅니다.


이전 04화 말을 전하는 사람에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