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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정윤 Sep 27. 2024

번아웃을 극복하자 퇴사가 마렵습니다.

번아웃의 결과가 갓생이라니요?

퇴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이번만큼은 질적으로 다른 퇴사자가 될 예정입니다.


사실 5년 전부터도 번아웃이 던진 숙제를 충실히 해내면 그 끝에는 다른 인생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란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퇴사하게 될 것을 알았던 것은 아니지만, 이제까지와는 다른 사람처럼, 다르게 일을 하며 살 것이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그런 신뢰였죠. 그리고 만약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불안보다는 마음의 확신이 넘쳐흐를 때 행동한다는 방침을 세웠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완벽한 퇴사를 위해 철두철미하게 계획을 세운 것 같지만 사실은 아닙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세상에 완벽하게 준비된 상태란 없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그리고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이라 여기고 있습니다. 그래서 방향성은 있으나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습니다. 삶이 잔인해지는 순간도 있지만 삶이 주는 예측불가한 다양한 기회들도 있는 법이지요. 저는 후자의 가능성에 항상 인생을 거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내면은 그렇지가 않아요. 내면은 단단하고 유연하고 강인한 뿌리와 기반이 필요합니다. 모든 변화는 안에서부터 바깥으로 발현되게 되어 있습니다. 다른 인생을 시작하고 싶다면 다른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불안과 걱정이 아닌 확신과 신뢰를 바탕으로 현실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이것은 비단 저 혼자만의 생각이 아닙니다. 세상의 수많은 철학서, 자기 계발서에서도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최근 남회근 작가의 <역경잡설>을 읽고 있습니다. 여기에 이런 말이 나오더군요. 역경에서 쓰는 괘의 그림은 우주의 변화 원리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괘는 항상 아래에서부터 그린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첫째, 천하의 모든 변화가 아래로부터 즉 기층으로부터 나타나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우주 만물의 변화가 안에서부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사람만 하더라도 변화가 시작될 때는 생각이 먼저 변하며, 어떤 집단에 문제가 있을 때는 반드시 그 내부에서 문제가 생기는 법입니다. 중국에는 “스스로 썩은 뒤에야 벌레가 생긴다”는 속담이 있는데 이도 바로 이런 이치를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어떤 것도 먼저 내부에서 변하기 시작한다는 것이죠.


어떻습니까? 살아온 방식과는 다른 생각과 마음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래서 외부의 완벽한 기회보다는 내면의 확신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가슴 저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편안함, 확신, 신뢰와 즐거움, 기쁨의 감정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말입니다. 추상적이고 황당한 이야기인가요?


하지만 모든 변화의 첫 시작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내면을 먼저 살핀다는 것은 매우 구체적이며 이성적인 판단입니다. 그리고 이런 내면의 변화는 아주 자연스러운 갓생을 이끌어 냈습니다.


퇴사를 하고 (얼마 안 되었지만) 새벽 4시에서 5시 사이에 일어나 명상을 하고, 4km에서 6km를 뛰고 1시간 수영을 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있습니다. 솔직히 스스로도 놀랍습니다. 열심히 살고 있는데 불안과 강박에서 시작한 일들이 아닙니다. 갓생을 실천하는 기반은 다른 감정들입니다. 번아웃때와는 다른 사람이 된 것입니다. 내면의 상태도 달라졌습니다. 예전보다 좀 더 신뢰하고, 행동하며 심각함이 아닌 즐거움을 기반으로 애쓰지 않는 (고통 없는) 노력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변화가 자연스럽게 다른 기회로 이어질 것이라 신뢰하고 있습니다. 매 순간 즐거움과 고요함에 집중하며 하루를 살아갑니다. (물론, 때로는 게으름도 피우고 불안에도 잠식당합니다. 저도 인간이니까요. 하지만 다시 평온한 마음으로 돌아오는 시간이 짧아짐을 느낍니다. 그리고 그때마다 뿌듯함을 느끼며 스스로를 칭찬합니다. 회복탄력성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어느 정도 성취해 낸 것이니까요.)


이전의 퇴사는 이렇지 못했습니다. 떨어지는 돈을 바라보며 전전긍긍한 나날의 연속이었죠. 3개월이 넘어가면 가슴이 두근거려 가만히 있지를 못했습니다. 그즈음에 오는 모든 기회는 따질 것 없이 수용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결국 불안한 마음에 아무 데나 가는 우를 범했습니다. 돈도 얼마나 아꼈는지 모릅니다. 지갑에서 큰 돈이 나갈 때마다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분과 우울함을 느껴야 했습니다.


자신을 신뢰하는 일은 연습이 필요합니다. 퇴사 첫날, 제가 느낀 바는 이렇습니다. 나 자신과의 관계마저 연습이 필요하고, 삶에 대한 사랑, 신뢰, 기쁨마저도 연습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조금 단단해진 마음으로 퇴사를 했습니다.

다른 미래를 살아보기 위해서요.

그리고 현재까지는 성공적인 퇴사자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그 뜻은 마음이 편안하고 즐겁다는 이야기입니다. (아직까지는요. ^^)


출근 지하철을 바라보며 뛰고 있습니다. 확신의 순간을 기다렸고, 행동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의 기분은 짜릿합니다. 타율이 아닌 자율에 의해 살아가는 삶으로의 전환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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