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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정윤 Oct 02. 2024

인생에서 딱 3km만 참으면 됩니다.

그다음부터는 알아서 굴러갑니다.

어디 나가서 자랑할 정도는 아니지만 나름 저도 러너입니다. 주 3회에서 5회는 꾸준히 뛰고 있습니다. 퇴사 후에는 매일 뛰어보겠다! 하는 포부를 가지고 있지만 말처럼 쉽지는 않았습니다. 주말에 예정에 없던 일정이 생겨서 못 뛰는 날도 있었고 저번주에는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여행을 하는 3박 4일 동안 매일 2.5만보를 걸었지만 뛰는 순간은 없었죠.


이런저런 핑계가 많더라도 될 수 있으면 남들 출근하는 날에는 저도 제 나름대로의 출근 루틴을 지키고 있습니다. 매일 6시에는 일어나서 (빠르면 5시에도 일어납니다만 쉽지는 않습니다.) 6km를 달립니다.


오전 7시쯤 되면 매일 그 시간쯤 탔던 출근 지하철이 지나갑니다. 그 기분을 뭐라고 말해야 할까요. 한편으로는 지금의 이 시간이 얼마나 특별하고 귀한가 하는 감상이 떠오르고, 다른 한편으로는 쉽지 않은 결정을 매번 용기 있게 내리는 저 자신이 기특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럴 때에는 남들 일할 때 출근을 안 한다는 비교우위에서 오는 기쁨이라기보다는 다른 의미로 삶에 감사한 마음이 지나갑니다.


사실 한 번쯤 퇴사를 하고 스스로 살고 싶었던 일상을 꾸려나간다는 것은 정말 특별한 기회입니다. 그런 시간이 언제 다시 올지 모릅니다. 퇴사란 ‘직장을 나와 현재 백수입니다.’는 정의 이면에 ‘자유롭게 당신의 시간을 알아서 써볼 기회입니다.’라는 다른 의미를 몰래 숨겨놓고 있는 것이지요. 


각설하고, (될 수 있으면 거의) 매일 6km 정도를 뛰면 매번 몸의 상태가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매일 하는 운동이란 매일 자신의 몸의 감각을 가깝게 느끼는 일이기도 합니다. 어느 날은 가볍고 어느 날은 무겁습니다. 어느 날은 뛰는 것조차 힘들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매일 느껴지는 몸의 감각은 다르더라도 공통된 것이 하나 있습니다. 물론 개인적인 감상일 수도 있겠지만 말입니다. 그것은 3km 정도까지는 몸이 무겁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3km 정도를 달릴 때까지는 여러 생각이 듭니다.


‘오늘 컨디션이 별로인 것 같아.’

‘오늘은 조금만 달리고 들어갈까.’

‘괜히 나왔나.’

‘아.. 다 모르겠고 힘들다.. 하기 싫다..’


하지만 3km가 지나가는 시점부터는 몸이 풀리기 시작합니다. 몸에는 열이 돌기 시작하고 적당히 땀도 나기 시작합니다. 무거웠던 팔다리도 어느덧 가벼워져 있고 억지로 움직이는 것 같았던 발도 이제는 알아서 움직이는 것 같아집니다. 그렇게 조금 더 지나면 어느 시점부터는 러너스 하이가 찾아옵니다. 자유로운 느낌과 상쾌함, 즐거움이 전신을 타고 흐르면 그때부터는 말해 뭐 합니까. 내적인 감정과 느낌이 충만해지고 몸은 더 가볍게 나가기 시작합니다. 달리기에 가속도가 붙고 때로는 조금 더 빠르게 뛰어보는 도전도 가능한 상태가 되죠. 물론 그때에 기분이 좋다며 욕심 껏 무리하면 돌아오는 길에 낭패를 보는 일도 있지만요.


인생도 이와 같지 않나 싶습니다. 인생의 모든 일이 첫 3km 순간까지는 조금 애를 써야 합니다. 힘들다는 이야기지요. 처음부터 쉬운 일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때까지는 삐그덕 대고 무겁고, 때로는 억지로 끌고 가듯이 무엇인가를 해야 하는 경험을 어쩔 수 없이 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3km가 지나는 시점이 되면 몸과 마음이 풀리고 모든 것은 자연스러워지며 여유가 생깁니다. 그때부터는 팔다리가 알아서 움직입니다. 일이 알아서 추진력을 얻고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성과란 이 시점부터 나오기 시작합니다. 그러니 무엇을 하든 3km가 지날 때까지는 존버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나 자신에게 때로 묻습니다.


지금 3km 시점을 지나고 있는지 말입니다. 


만약 아직 인생의 3km를 지나지 않았다면 어떡하냐고요?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럴 때에 할 수 있는 일은 다시 오늘 하루,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것뿐입니다.


할 수 있는 최상의 컨디션을 갖추고 에너지는 최대한 높게 끌어올려 기쁜 마음으로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해보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3km가 지나면 모든 일들이 제자리를 찾듯 달라지기 시작하는 신비를 보게 될 터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지금은 내공을 쌓아야 하고, 경험하고 또 경험해 몸을 풀어야 할 시기입니다.


그렇게 담담히 3km를 충실히 보내면

곧 자유롭고 기쁘게, 살 맛나게 몸이 저절로 움직이듯 무엇인가를 할 나만의 때가, 자신의 인생의 타이밍이 올 것이기 때문이죠.


오늘도 러닝을 했습니다. 3km만 참으면 즐거운 순간이 꼭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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