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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심심하다.

심심해서 써보는 헛소리 대향연

by 콩작가

핀란드에 온 지 보름이 지나고 있다. 짝꿍이 아팠다. 그래서 한 사흘 정도는 집에만 있었다. 글을 쓴다고 썼지만 의지박약에 유약한 사람인지라 생각한 것만큼 많이 쓰지는 못했다.


가끔 산책 삼아 헬싱키 시내도 나가보고 약을 사러 사는 동네도 돌아다녀 본다. 여기서 산지 보름쯤 지나니.. 흐음.. 음.. 음.. 심심하다. ㅠㅠ 평화로운 일상에서 심심한 맛을 음미하고 싶지만 그게 안 되는 인간인가 보다.


헬싱키는 서울 같지가 않다. 쇼핑몰도 서울처럼 크고 화려한 곳이 없고 수도인데도 사람도 적다. 작은 마을이나 헬싱키나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겠다. 서울만 한 교통체증도 보지 못했다. 공장을 보지도 못했고 거대한 빌딩에서 사람들이 늦게까지 일하는 모습도 보지 못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어서 그런지, 해가 짧아서 일하는 시간이 짧아서 그런지 오후 3-4시만 돼도 다 퇴근하는 것 같은 건 내 착각일까? (내 눈에는 그렇게 보인다. 사실과 다를 수도 있다.)


슬슬 궁금해졌다. 도대체 이 나라는 어떻게 잘 사는 거지?


챗GPT에게 물어보니 경제규모는 한국보다 작은데 1인당 GDP가 한국보다 높다고 한다. 총 GDP는 한국이 약 1조 8천억 달러, 핀란드가 약 3,000억 달러인데 1인당 GDP가 한국이 약 34,653달러인데 핀란드가 약 56,157달러라고 한다.


경제규모와 1당 GDP가 무엇 때문에 차이가 나는지 물었더니 세 가지로 요약해 줬다.


첫 번째, 인구규모. 한국의 인구가 핀란드에 비해 10배 정도가 많다.


두 번째, 경제 구조. 한국은 대기업 중심의 경제 구조로 소득 격차가 크고 높은 주거비, 교육비 등으로 개인의 실질적인 소득 체감도가 낮은 반면 핀란드는 산업의 고도화와 소규모 경제 구조를 기반으로 지속 가능성과 사회적 평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복지제도가 잘 되어 의료, 교육, 주거 비용에 대한 부담이 적다.


세 번째는 소득분배와 삶의 질이다. 핀란드는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격차가 작고, 높은 세율을 통해 소득 재분배가 효과적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공공 서비스가 잘 발달되어 개인의 소득의 상당 부분을 저축하거나 여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그에 비에 한국은 이 모든 것이 반대다. 특히 주거비와 교육비가 높다고 한다. (씁쓸하게도.. 챗GPT가 콕 집어 설명할 정도인가 보다.)


그래서였을까? 보름간 헬싱키를 다니면서 엄청나게 화려한 부자 동네도 보지 못했고 할렘가 같은 가난한 동네도 심지어 노숙자도 보지 못했다. 슈퍼카도 보지 못했지만 웬만하면 한국에서는 고급차라고 여기는 차들이 어디나 다녔다. 택시도 벤츠와 아우디였다.


심심하다는 것은 사회가 안정적이라는 이야기인가 보다. 90년대인지, 아무튼 어렸을 때 의료보험인지 국민연금인지를 자영업자와 일반인까지 확대하려고 했을 때 나라 망한다고 소리쳤던 사람들이 생각났다. 복지와 사회적 평등을 말하면 뭇매를 맞던 시절도 있었다. 그리고 인구가 줄면 나라가 다 망할 것처럼 불안을 조장하던 말들도 생각났다. 그렇다면 여긴 왜 잘 살지? 결국 사회 구조의 차이가 아닐까 생각해 봤다. 척박한 북극에서도 모두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행복한 사회를 건설할 수도 있고 모든 것이 풍요로운 곳에서도 구조가 잘못되면 모두가 불행한 세상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쉽지 않을 것이다. 부자에게 당신이 부유해진 것은 사회의 인프라와 여러 노동자의 노력도 기여한 것이니 당신이 사회를 위해 양보를 해달라고 하는 게 쉽겠나. 회사를 다니면서 가진 사람을 봐왔는데 기꺼이 나누고 싶어 하는 사람은 솔직히 거의 못 봤다. (어느 정도였다면.. 우리 사장님은 내가 회사에서 물 한잔만 마셔도 돈이 아까운가 보다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아는 지인이 그런 말을 했었다. 원래 사장님들이란 직원이 다 멍청하다고 생각한다고, 주는 돈에 비해 일을 안 한다고 여기고 그래서 본인이 등판해서 하나부터 열까지 간섭해야 회사가 돌아간다고 생각한다고. 과장이 많이 섞였겠지만.. 세상에 그런 사람이 어딨냐고 말하지는 못하겠다.)


어라? 왜 이런 글이 되었는지 도대체 모르겠다. 심심해서 별 생각을 다 하고 있다. (허허;;)


결론은.. 그래도 나는 한국이 좋다는 것이다. 맛있는 음식이 넘쳐나고 어디를 가나 활기차고 문제도 있고 혼란스러워도 그것을 극복하고 언제나 다시 일어서는 대한민국이 좋다. 핀란드도 좋지만 김치찌개와 청국장이 있는 한국은 더 좋다. 곧 가서 따뜻한 김치찌개에 하얀 밥 한 숟가락을 뜰 것을 생각하면 행복하다.


그리고 한국에는 엄마가 있고 내 가족이 있다. 나이가 들어도 엄마는 좋은 것이라, 작년 힘든 한 해를 보낸 엄마가 올 해는 좀 더 행복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복작복작 작은 땅덩어리에서 욕심부리고 사는 내 동료들도 좋다. 2025년에는 모두가 행복한 한 해가 되기를, 우리나라도 힘내기를, 저 먼 북쪽 땅 핀란드에서 바라본다.


KakaoTalk_Photo_2024-12-29-09-44-06.jpeg 텅 빈 헬싱키. 그래도 시내 쪽에는 사람이 있지만 어디를 가나 한산하다. 길만 걸어도 사람이 어깨에 치이는 서울과는 딴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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