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12월 31일에는 스웨덴에 있었다. 잠은 크루즈에서 자고 단 하루 스웨덴 스톡홀름을 여행하는 일정이었다. 유럽의 겨울에 좀처럼 없는 맑은 하늘이 가득한 하루가 계속 됐다.
크루즈에 내려서 스웨덴의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는 감라스탄으로 향했다. 처음에는 어리둥절했다. 계획 없이 온 여행이라 무엇부터 보아야 할지 어디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좋은 여행이 될지 아무것도 몰랐다. 그냥 내려서 걷기 시작했다.
감라스탄은 햇살 아래 반짝였다. 연한 노란색, 황토색에 가까운 주홍색깔 등 파스텔 톤의 건물들이 비슷한 모습을 하고 늘어서 있었다. 건물은 폭이 좁은 직사각형 모양이었고 골목은 좁았다. 길 사이로 양 옆으로 늘어서 있는 건물들을 성탄절 전구가 장식하고 있었다.
오전 10시, 길거리는 조용했다. 어디를 가야 하는지 혼란스러웠던 마음은 이내 사라졌다. 걷고 있는 이 순간부터 이미 여행은 시작되었으므로. 울퉁불퉁 벽돌과 자갈로 깔아놓은 길은 ‘아, 여기가 유럽이구나.’ 하는 실감을 불러일으켰다.
스웨덴은 햇살이 비추는 바닷가의 윤슬처럼 잔잔하게 활기찼다. 연말을 맞은 사람들, 여행객들이 많았고 현대적 건물과 19세기, 17세기 양식의 건축물이 같이 섞여 있는 도심과 도심을 지나는 바다와 호수가 기분 좋은 활력을 불어넣어 주고 있었다.
감라스탄의 골목에서 광장으로, 대통령 궁으로, 왕의 정원으로 걸었다. 14개의 섬과 50개의 다리로 이루어진 도시는 곳곳이 물이었다. 다리를 건너 바닷가로 (강가처럼 생겼지만) 뛰는 사람들, 건물도 바다도 햇빛을 받아 반짝였다.
중간에 시내 관광버스를 타고 1시간 정도 스톡홀름 시내를 돈 것 이외에 오전 10시부터 3시까지 밥도 먹지 않고 걷고 걸었다. 종착지는 스톡홀름 시청이었다. 앞마당은 멜라렌 호수와 접해 있었고 호수의 건너편에는 건물들이 보였다. 스톡홀름 시청은 아름다운 건축물로 유명했고, 그 유명세를 그대로 보여줬다. 스칸디나비아 전통 건축과 이탈리아 르네상스 양식을 조화롭게 융합한 스타일로 지어졌다는 건축물은 외관은 붉은 벽돌을 쌓아 단조로우면서도 조각들이 섬세하고 화려했다.
오후 3시가 되니 스톡홀름의 2024년의 마지막 해가 져가고 있었다. 6시간 동안의 걷기 여행도 이제 마쳐야 할 때가 되었다는 뜻이었다.
져가는 해를 뒤로 하고, 핀란드 헬싱키로 향하는 크루즈에 몸을 실었다.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계속 걸었던 하루의 여파가 밀려오기 시작했다. 초밥으로 대충 저녁을 때우고 조촐하게 2024년의 마지막 날을 자축하는 의미로 맥주 한 캔을 따서 마시고는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 (;;;)
그러다 번쩍 눈을 떴을 때 시간은 11시 55분. 배는 올란드 제도의 마리에함에 정박해 있었다. 바깥으로는 번쩍번쩍 불꽃놀이가 한창이었다.
‘아, 2024년의 마지막이구나.’
그제야 한 해가 가는 것이 실감이 났다. 카톡에는 새해 인사가 와 있었다. 크루즈 창가에 기대 한참을 불꽃놀이를 바라보다 짝꿍에게 새해 인사를 하고 내 삶에도 새해 인사를 했다.
많은 변화가 있었던 2024년 잘 가라, 그리고 2025년 새해야, 잘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