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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지도서관 Oct 27. 2024

2화 독서모임원들과 첫 만남

2화 독서모임원들과 첫 만남


윤서은은 동네 작은 도서관 한켠에 마련된 모임 공간을 마지막으로 점검했다. 원형 테이블 주위로 편안한 의자들을 놓았고, 중앙에는 따뜻한 차와 쿠키가 준비되어 있었다. 그녀는 떨리는 숨을 내쉬며 시계를 확인했다. 오후 3시, 마음치유 독서모임의 첫 만남이 시작될 시간이었다.


그렇게 윤서은은 독서모임원들과 첫 만남을 기대하며 문이 열리길 기다렸다.


첫 번째로 김정훈이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왔다. 55세의 중년 남성은 단정한 차림새로 약간 긴장한 듯한 표정이었다.


"안녕하세요. 여기가 마음치유 독서모임 맞나요?"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약간의 불안감이 묻어있었다.


윤서은은 따뜻한 미소로 그를 맞이했다. 


"네, 맞습니다. 어서 오세요. 저는 이 모임의 진행자 윤서은입니다."


잠시 후, 다른 참가자들도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39세 박지영, 27세 최다인, 32세 이민수가 차례로 입장했다.


윤서은은 모두가 자리에 앉자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여러분, 마음치유 독서모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오늘은 우리의 첫 만남이니만큼,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해요. 간단히 자기소개와 함께 이 모임에 참여하게 된 이유를 이야기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누구도 먼저 이야기하지 않으려 했다. 윤서은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제가 먼저 시작해 볼게요. 저는 윤서은이고 35살입니다. 전에는 도서리뷰 인플루언서 활동했었어요. 책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이 치유되는 걸 보며 이런 독서모임을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윤서은은 잠시 말을 멈추고 생각에 잠겼다. 그녀의 눈에 순간 불안감과 두려움이 스쳐 지나갔지만, 이내 따뜻한 미소로 바뀌었다.


"사실 저도 여러분과 다르지 않습니다. 저 역시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아왔어요. 과거의 트라우마로 인해 한동안 제 방에서 나오지 못했던 시간도 있었습니다. 이 모임은 여러분뿐만 아니라 저 자신의 치유를 위한 여정이기도 합니다.


함께 책을 읽으며 서로의 아픔을 나누고, 그 과정에서 우리의 상처로 얼룩진 마음이 조금씩 회복되기를 바랍니다. 책을 통해 우리 모두가 새로운 꿈을 꾸고, 그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되길 희망합니다.


이 마음치유 독서모임이 우리 모두에게 치유와 성장의 시간이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함께 이 여정을 걸어가며, 서로에게 빛이 되어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윤서은의 솔직한 고백에 참가자들의 표정이 조금씩 풀어지는 듯했다.


김정훈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저는 김정훈이라고 합니다. 55세이고 고등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55년간 다녔던 교회에서 최근 큰 갈등을 겪고 기독교인에 대한 회의감이 밀려오고 있습니다. 그 일로 신앙에 대한 의문도 생기고 있고 어렸을 때부터 다녔던 교회에서 일어난 일이었기에 삶의 의미도 함께 잃은 것 같아 이 독서모임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다음으로 박지영이 말을 이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박지영이에요. 39세입니다. 전에는 회계팀 팀장으로 일했는데, 얼마 전 부당해고를 당했어요. 그 일로 자존감이 많이 떨어지고 미래가 불안해졌습니다. 이 독서모임을 통해 새로운 시작을 위한 용기를 얻고 싶습니다."


최다인은 잠시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저는 최다인입니다. 27세입니다.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로 활동했었는데, 갑자기 악의적인 공격을 받으면서 한 순간에 인기가 추락했습니다. SNS하던 제 정체성에 혼란이 왔어요. 이제는 누구나 볼 수 있는 SNS에 제 모습을 올리는 게 두려워졌죠. 이 독서모임에서 진정한 제 모습을 찾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민수가 깊은 한숨을 내쉰 뒤 말했다.


"저는 이민수입니다. 32살이에요. 스타트업 CEO였는데, 사기와 정부지원 사업 실패로 모든 걸 잃었어요. 실패 후 자신감마저 완전히 잃었습니다. 이 독서모임을 통해 실패를 극복하고 새로운 꿈을 찾고 싶어요."


모두의 소개가 끝나자 방 안에는 묘한 긴장감과 동시에 연대감이 감돌았다. 각자의 사연은 달랐지만, 모두가 마음의 상처를 안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은 듯했다.


윤서은은 잠시 침묵을 지키며 참가자들의 이야기를 마음에 새겼다. 그리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으니 제 마음도 많이 움직이네요. 우리 모두가 각자의 아픔을 안고 있지만, 그 아픔을 나누고 함께 치유해 나가는 과정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우리가 함께 읽을 첫 번째 책을 소개해 드릴게요."


그녀는 테이블 위에 놓인 <만약에>그림책을 들어 올렸다. 


"오늘 우리가 함께 읽을 책은 러디어드 키플링의 <만약에>라는 그림책입니다. 이 그림책은 아버지가 하나뿐인 아들을 위해 시의 형태를 빌려 쓴 편지이에요.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자신의 아들이 훗날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가치를 가진 아이가 되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간절한 염원이 담겨있는 그림책입니다."


윤서은의 말에 독서모임원들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책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표정에서 불안과 기대, 그리고 희망이 교차하고 있었다.


윤서은은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이 모임이 참가자들에게 작은 위로와 힘이 되기를. 그리고 자신도 이곳에서 진정한 치유를 찾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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