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끼줍쇼의 성공과 실패
어스름한 저녁, 어느 집에서 된장찌개를 먹는지 고등어조림을 먹는지 눈을 감고도 맞힐 수 있었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누구네 부엌에서 풍기는 냄새인지 정확한 지점을 포착할 수도 있었다. 소리 소문 없이 몰래 먹는 방법을 누군가 발명해 낸다면 틀림없이 노벨상을 받거나, 적어도 동네 영웅이 되었을 것이다.
창문을 모두 닫고 ‘뽁기’를 해 먹어도 어느새 골목길은 설탕과 소다가 뒤섞인 냄새로 달큰했다. 냄새는 러너의 발을 가지고 있었다. 중간 마당에 사는 재민이 엄마가 어느새 재민이를 등에 없고 집 앞을 기웃댔다.
“너희들 탄불 아궁이는 제대로 닫았냐? 시방 문 닫고 뭐들 하는 짓거리여. 엄마 없다고 아주 신이 났구먼. 퍼뜩 문 열어.”
동네방네 돌아다니며 콩 놔라 팥 놔라 잔소리하기가 특기인 재민이 엄마에게 딱 걸렸다.
비밀이 없는 곳, 은밀함이 꽃필 수 없는 곳, 감추고 싶은 것이 있어도 즉시 발각되는 곳이었다.
<미진, 집이라는 그리운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