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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 위한 투쟁
병원에 갈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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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나무
Jul 18. 2023
요즘 상태가 계속 이상했다. 두달 정도 사이에 개인적으로 조금 힘든 일들이 있었고(큰일이라면 큰일이지만... 하나하나가 크다기보단 작은 고통들이 모여서 불어난 것 같다), 우울감이 강해졌다. 어떤 날은 이유도 없이 너무 힘들어서 숨이 막힐 것 같았다.
코로나 블루가 있다더니 그 영향도 있는 것 같다. 예전의 우울감과 달리 지금은 내가 우울감을 느끼는 이유를 합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뭣때문에 우울한거지? 뭐가 해결되면 우울한게 없어질까? 누가 싫은거지?
라고 묻는다면 딱히 생각나는건 없다.
그래서
내 생각을 바꾸고 즐거운 일을 찾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걸로 해결될 일이 아니라고 느꼈다.
전같으면 그냥 넘겼을 감정들 하나하나에 끌려다니고 잡아당겨지는 느낌이 든다. 내가 원하지 않는 것도 간절히 원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고 괜찮은 상황도 괜찮지 않게 느껴진다. 말도 안되는 것에 자존감이 끌어내려진다.
그런데도
이유를 알 수가 없다.
한마디로 감정이 자기 멋대로 날뛰는 것 같다. 그러면서도 방향은 한결같다. 한없이 무기력하고 침몰하는 느낌이다.
어느
순간, 나에 대한 통제력을 잃었다는걸 스스로 느꼈다. 그래서 반차를 쓰고 바로 정신과에 갔다. 아침 일찍 가면 좀 기다리기는 해도 당일진료가 가능하다는걸 알고 있어서 무작정 갔다.
내 상황을 설명했고 바로 약을 받았다.
이번에 잘했다고
느끼는 점은 다음과 같다.
1. 지금 내가 느끼는 것들이 실제 현실의 문제가 아니라 우울감때문이라는걸 알아챘다
.
2. 그걸 알아채니까 내 감정을 통제할 수는 없어도 즉각 우울감과 (약간의) 거리두기가 되었다. 내 우울증이 어떻게 날뛰는지 조금 멀리서 지켜볼 수 있었다.
3. 깨달은 즉시 병원에 갔다. 우울증에 대해서 참아보거나 이겨보거나 뭘 해보려고 하지 않고, 밥 먹으려면 숟가락을 찾듯이 바로 병원에 갔다. 이것도 내 멘탈이 어느정도 건강하니까 가능한 일이었다. 잘했다.
본격적으로 우울증 약을 먹어본건 처음이라 걱정도 된다. 혹시 살이 찌지는 않을까, 효과가 없으면 어떻게 하지, 우울증이 더 심해지면 어쩌지 등등...
지금 5일째 먹고 있는데 그저께까지는 약의 효과를 못느꼈고 오히려 두통과 우울감(갑자기 눈물이 남)이 심해진 것 같았다. 피로감도 심해서 계속 졸리다.
그러다가 어제는 낮에는 좀 편안했다. 감정이 차분해지고 안정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저녁에 너무 힘든 일이 있었는데 약봉지를 들고(?) 버텼다. 그냥 약이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위안이 된다. 약을 먹으면 괜찮아질 것 같은 믿음이 있다.
약이 진짜 효과가 있으면 좋겠다. 코로나 때문에 사라진 후각은 70%쯤 돌아왔는데... 내 마음도 얼른 돌아오길. 그리고 내가 좀더 성장해서 단단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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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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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의 바다에 구명보트 띄우는 법
저자
우울증, 은둔형 외톨이 경험자입니다. 우울증과 은둔형 외톨이의 삶에 관한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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