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우울하다는 의미이다.
평소에는 술을 한잔도 안마신다. 일년에 두번 정도 마실까. 그것도 모임이나 회식이 있을 때뿐이다. 술이 좋아서 마시는 일은 전혀 없다.
그런 내가 술 생각이 나는건 100퍼센트 우울때문이다. 대학원에 다닐 때, 어느날 갑자기 술이 먹고 싶어졌다.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계산해보니 중간고사 2주 전이었다. 중간고사를 볼 자신이 없었고, 우울했고, 그래서 술이 생각났나보다. 그러다 가끔 혼자 술을 마시기도 했다. 시험기간에만.
작년에 우울증약을 먹지 않으면 죽을 것처럼 느껴지게 만들었던 두 가지 일들. 그 일들이 요즘 다시 나를 힘들게 한다. 망령같은 것들이 왜 내 주변을 떠도는 걸까. 그것들에 내 마음은 왜 이렇게 딸려가고 물어뜯기고 산산조각 나는걸까. 날 좀 내버려뒀으면 좋겠다.
약 없이는 이겨낼 수 없었던 것을 이번엔 내 의지로 막아낼 수 있을까? 캄캄한 복도를 혼자 걷는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