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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정옥 Oct 01. 2016

바이올린

어제 일을 마치고 비그친 바닷가에 앉아서 리처드 용재 오닐이 연주한 섬집아기를 듣다가 울뻔했다. 그 선율이 피아노였어도 그와같은 감정이었을까 생각해보았다.
푸른빛 머금은 회색빛 바다와 하늘을 바라보며 바이올린 연주를 들으며 행복했다.

집에 가려고 오토바이 잠금장치를 풀고 헬멧을 쓰고 장갑을 끼는 등의 준비를 하는데 동그란 은테 안경을 쓴 중년 여자가 다가오더니 '오토바이 타세요?' 하면서 관심을 보였다.
좀 귀찮은 생각이 들어서 '네.' 단답형으로 대답을 했는데 '안무섭느냐. 멋지다. 나도 타고는 싶은데. 면허는 뭐가 있어야 되느냐. 오토바이 얼마냐...' 질문이 빗발쳤다. 적당히 대답을 하고 서둘러 떠나려하니까 자기가 이 근처 목욕탕에 다니기 때문에 매일 이 시간에 여기를 지나가니까 또 만나지기를 바란다고 했다.

얼마 전에 꼬부랑 할머니가 눈물을 글썽이며 자기는 늙어서 오토바이를 타고 싶어도 못타니까 내가 부럽다고 말했던 이후로 두번째 부러워하는 여성의 등장이다.
사람들은 무섭지 않느냐. 위험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제일 많이 한다. 나는 그냥 무심한듯 그냥 처음에는 좀 그렇지만 계속 타면 관찮다고 하지만 그 '처음'에 목숨걸고 연습했다. 처절한 이유가 있었고 모든걸 걸고 타야만했던 생계형 라이더였다.
멋있으려고 탔다면 한번 넘어졌을때 금방 포기했을 것이다.
모든 일에는 보상과 댓가가 따른다. 누군가에게 좋아보이는 것.
사람들은 그것을 부러워하며 시도하고 조금 노력하면 자신도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쉽게 생각하는 사람에게 내가 얼마나 절박하게 피눈물나게 연습해서 얻은 것인지 설명하고 싶지 않다. 그 에너지가 아깝다. 지금 퇴근하고 바닷가에 앉아서 바올린 연주를 들을 수 있는 여유도 새벽에 일어나서 글을 쓸 수 있는 이 시간도 어느 순간 하나 모두 나의 의지로 만들어낸 나의 삶이고 나의 작품이다.

언젠가 상담선생님께 이런 바보같은 말을 한적이 있었다.
책 한권을 꼭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서 수많은 책들을 보면 세상에 내가 안써도 이렇게 많은 책들이 있는데 굳이 내가 쓸 필요가 있을까.. 생각이 든다고.
그림도, 피아노도.. 다른 것들도.
세상 수많은 사람들이 밥을 먹는데 나 까지 밥을 먹어야하는가와 같은 말이다. 세상 모든 사람이 책을 쓰든말든 나는 내 삶을 살아가는 것의 이유로 내 삶에 충실할 의무 그것으로 무엇이든 선택하고 어느 방향으로든 갈 수 있는 것이다.
알겠냐 이 소중한 바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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