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렌 Nov 18. 2023

날씨의 아이


여름을 싫어하고 겨울을 좋아하는 딸


 딸은 여름이 지날 때부터 겨울이 되기를 바랐다. 1년 동안 힘들게 아르바이트해서 번 돈으로 제일 좋아하는 친구와 일본 여행을 가기로 한 날이 바로 겨울에 속해있기 때문이다.  딸은 겨울을 좋아하고 여름을 싫어한다다. 이유는 여름은 너무 덥고 모기를 비롯한 벌레가 있기 때문이고, 겨울은 춥긴 하지만 따뜻한 호빵이나 어묵을 먹을 수 있고 사람들이 추워서 거북이처럼 웅크리고 종종걸음으로 걸어가는 풍경도 재미있단다.



 여름을 두려워하는 동료


 더위를 극도로 싫어하는 또 한 명의 지인은 오래전에 오랜 기간 같이 일했던 직장 동료다. 오랜 시간 같이 일했어도 업무에 관련된 말만 주로 해서 잘 몰랐다가 이후에 같이 공부 모임을 하면서 듣게 된 이야기였다. 이분은 여름을 싫어하는 정도가 아니라 더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한 여름에는 아예 밖에 잘 나가지도 않고 가을이 되어 선선한 바람이 불 때야 비로소 나갈 정도라고 했다. 한 여름의 땡볕에 서있으면 몸이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리는 것 같다고 한다.



겨울을 두려워하는 나


 이들의 말이 놀라웠던 이유는 나와는 정반대인 날씨에 대한 감각 때문이었다. 나는 여름의 햇볕을 좋아하고 겨울의 추위는 생각만 해도 두려움이 서늘하게 옷깃을 파고든다. 고질적인 비염이 도지고 오들오들 한기가 드는 신체의 감각은 직장 동료였던 선생님이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버릴 것 같은 두려움을 느끼듯이 얼어붙어버릴 것만 같은 두려움을 동반한다. 각자 다른 경험에 따른 몸의 기억이 죽음에 대한 감각, 타나토스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겨울을 즐기는 핀란드인


 날씨에 대한 감정은 행복도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한다. 영하 50-60도까지 내려가는 혹한기가 있는 북유럽 사람들은 추운 날씨를 좋아한다는데 이유는 뜨거운 사우나를 하고 얼음물에 뛰어들어서 수영을 즐기고 와인을 마시며 몸에 열을 올리고 스키를 탈 수 있어서라고 한다. 추운 날씨가 문제가 아니라 그러한 날씨에 대처하기 위해 만든 문화가 오히려 추운 날씨를 더 좋아하게 만들었다는 역설이다.



날씨에 대한 독일 속담


 독일에 이런 속담이 있다.

'나쁜 날씨란 없다. 나쁜 옷차림이 있을 뿐이다.'

 이 속담은 추운 날씨를 두려워하는 나의 세포에 깊숙이 작용해서 추위를 두려워하는 대신에 옷을 더 잘 갖추어 입으면 훨씬 낫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추울 때 생각나는 말들


 "선물해 주신 스웨터 덕분에 따뜻한 겨울을 수 있었어요."

 "날씨가 추울 때 따뜻한 홍차를 한 잔 마시면 한결 도움이 될 겁니다."

 "양말을 두 개 신어보세요."

 "저는 영하의 상쾌함을 즐긴답니다."

  추위를 두려워하는 나를 덥혀준 따뜻하고 씩씩한 사람들을 떠올리며 나도 그들처럼 되고자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