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폴더 이름 짓기
어느 집에나 냉장고는 다 있지만 요리에 관심이 생기거나 직업적인 요리사가 되려면 냉장고의 크기나 기능에 관심을 갖게 되듯이 컴퓨터 폴더 안에 자료 파일이 어느 정도는 있지만 글을 좀 더 집중적으로 쓰게 되면서 글 재료를 보관하는 냉장고인 폴더 관리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알고리즘의 인연으로 알게 된 작가 Jared Henderson의 유튜브 채널을 집중적으로 보면서 보다 효율적인 나만의 글쓰기 시스템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해오다가 한근태 작가님의 지식 냉장고에서 받은 인싸이트와 은유 작가님이 쓰신 글과 발터벤야민의 글 '주유소'를 접목시켜서 자료 수집 폴더의 이름을 지었다. '자신감 주유소'다. 나만의 자료실 '자신감 주유소'를 세웠으니 그 안에 주유기계들을 비치하고 기름을 채워 넣으면 된다. 글쓰기 동력이 떨어질 때마다 주유소에 들러서 자신감을 가득 채우면 다시 쌩쌩 달려갈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너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너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던 김춘수의 꽃처럼 중요한 대상에 의미를 담아 나만의 이름을 지으면 애착이 생긴다. <일류의 조건>, <혼자 있는 시간의 힘>등 자기 계발서로 유명한 작가 사이토 다카시는 <요약의 힘>에서 '새로운 정의를 찾다 보면 사물을 다각도에서 바라보게 되고 인생이 재미있어진다. 우리 삶의 궁극적 목표는 정의를 발견하는 것'이며, '새로운 정의를 발견할수록 세상이 더 또렷하게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름을 붙임으로써 새로운 에너지가 생긴 것이다.
Jared Henderson의 글쓰기를 위한 시스템
글쓰기 관련 알고리즘으로 알게 된 작가 Jared Henderson의 유튜브 채널 영상들을 두루 섭렵하면서 관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적극적인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던 글쓰기 시스템 만들기에 대한 명확성을 얻는데 큰 도움을 받았다.
읽은 것을 소비하지 않고 인용문, 격언, 메모 등을 정리하고 종합해서 생산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활동으로 전환하는 일련의 구체적인 시도들이다.
단지 자료를 긁어모아서 폴더에 쌓는 방식이 아니라 시간과 관심, 정성과 헌신으로 자신이 생각하는 방식의 일부로 만드는 통찰력을 알려주는 유능하고 고마운 채널이다.
https://www.youtube.com/@_jared
폴더가 천 개나 된다는 한근태 작가님의 대용량 지식 냉장고
한근태 작가님은 글쓰기 자료를 모아둔 폴더의 이름을 '지식 냉장고'라고 정의하셨다. 사실 이보다 더 좋은 이름을 찾기 어렵다 싶을 만큼 적확한 표현이라고 생각된다. 그 이름을 알고부터 나도 내 글쓰기 자료 폴더를 지식 냉장고라고 부르다가 나만의 이름을 지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11월 11일 자 '굿모닝 페이지' 6화 <글감 다듬기>에서도 한근태 작가님의 폴더, 지식 냉장고 예찬을 한 바 있다.)
자신감을 셀프 충전하는 은유 작가님의 자료 찾기와 정리
은유 작가는 '자료 찾기는 자신감을 '셀프'로 충전하는 일'이라고 말하면서 자신이 하고 있는 자료 정리법을 친절하게 알려준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이전에 못 해본 생각을 하게 하는 좋은 책을 읽으면 영감을 준 구절을 컴퓨터 파일에 정리한다.
2. 파일명은 예를 들어 윤이형 작가의 소설 <붕대 감기>를 읽고 정리한 파일의 경우 '붕대감기_자료'라는 이름으로 파일을 만든다.
3. 인상 깊은 문장을 한 줄 한 줄 옮겨 적는다
4. 하필 왜 그 표현이 좋았는지 곰곰이 생각한다
5. 내 경험과 연결하고 접목해서 문제의식으로 발전시킨다.
(은유,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101-103쪽)
은유 작가는 글쓰기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하는 일을 음식을 만들 때 장을 보고 재료를 손질하는 일에 비유하는데, 재료부터 정성스럽게 해 놓아야 그 기운을 이어가 맛있는 음식을 완성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하며, 자료 찾기 작업은 '대충 하지 않겠다',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겠다'라는 마음가짐에 관한 일이라고 강조한다.
발터 벤야민의 글, 주유소
발터 벤야민의 <일방통행로 사유이미지>에 실린 이 짧은 글은 너무 좋아서 여러 번 필사했고, 이 기회에 한번 더 베껴 쓰면서 단어와 단어 사이, 문장과 문장 사이에 뿌리는 약간의 기름을 의식해 본다.
'삶을 구성하는 힘은 현재에는 확신보다는 '사실'에 훨씬 더 가까이 있다. 한 번도, 그 어느 곳에서도 어떤 확신을 뒷받침한 적이 없었던 '사실' 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진정한 문학적 활동을 위해 문학의 테두리 안에만 머물라는 요구를 할 수 없다. 그러한 요구야말로 문학적 활동이 생산적이지 못함을 보여주는 흔한 표현이다. 문학이 중요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은 오직 실천과 글쓰기가 정확히 일치하는 경우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포괄적 지식을 자처하는 까다로운 책 보다, 공동체 안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기에 더 적합한 형식들, 예컨대 전단, 팸플릿, 잡지 기사, 포스터 등과 같은 형식들이 개발되어야 한다. 그와 같은 신속한 언어만이 순간 포착 능력을 보여준다. 사람들의 견해란 사회생활이라는 거대한 기구에서 윤활유와 같다. 우리가 할 일은 엔진에 다가가서 그 위에 윤활유를 쏟아붓는 것이 아니다. 숨겨져 있는, 그러나 반드시 그 자리를 알아내야 할 대갈못과 이음새에 기름을 약간 뿌리는 것이다.
(발터 벤야민, <일방통행로 사유이미지> 69-7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