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랑스 비나이가 쓴 <몸을 씁니다>, 이 책은 우리말로 '정신집중효과-학(學)'이라고 번역되는 소프롤로지 sophrologie를 소개하고 있다. '소프롤로지'는 스페인의 정신분석학자인 알폰소 카세이도 박사가 1960년대에 체계화한 학문으로, 서양의 신체 이완법에 동양의 명상 기법을 접목해 만든 종합적인 의식의 과학이다. 현재 프랑스에서 많이 연구되고 전수되고 있으며, '정신을 치유하는 작은 요가'라고 할 수 있다.
역자는 '행복한 철학자'라 불리는 가스통 바슐라르의 상상력을 예를 들어 이 기법의 특징을 소개한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방법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호흡과 상상력이다.
200페이지 짜리 작은 이 책은 121가지 소프롤로지 일상운동법을 제시하고 있다. 시간,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작은 기법들을 통해 바쁜 현대인들이 균형 잡힌 생활을 하고 스트레스를 줄이며 좀 더 나은 호흡을 하거나 자기 몸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데 도움을 준다.
121가지 작은 방법들을 읽어나가면서 처음 보는 내용은 단 하나도 없었다. 모두 다 언젠가 어디선가에서 보아서 알고 있는 방법들이었고, 일부는 이미 일상에서 실천하고 있는 것도 있었다. 또 일부는 예전에 하면서 좋다고 생각했는데 습관으로 정착하는데 실패하고 슬그머니 자취를 감춘 것들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 아는 내용이네. 별 것 없네. 안 읽어도 되겠다.'가 아니라, 한번 더 확인하면서 다시금 일상 속에 초대하고 싶은 좋은 방법들을 새롭게 만나는 것은 매우 즐거운 일이었다.
우리 몸은 지구처럼 아름다운 풍경과 멋진 영역으로 가득 차 있다. 당신의 몸을 보살펴 영혼이 오래오래 그 속에 머물고 싶게 하라.
정신의 물질화
121가지 방법들은 여기서 다 소개할 수는 없지만, 내가 그랬듯이 누구나 어디선가 보고 들어서 알고 있는 내용들이다. 가령, 잠자리에서 일어나서 호흡하기, 기지개 켜기, 마른 샤워, 하품하기, 두피 마사지, 어깨 흔들기, 나만의 호흡법 찾기, 좋아하는 이미지 떠올리기, 땅 속 까지 깊은 숨쉬기, 척추로 호흡하기, 손발 마사지, 긍정적인 단언, 평온과 관련된 단어 떠올리기, 성공의 기억 떠올리기, 나의 장점 생각하기, 나쁜 생각 몰아내기, 시각화 훈련......
중요한 것은 동작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에 따른 정신적인 레벨을 맞춘다는 점이다. 호흡을 하면서도 시간에 쫓겨서 급하게 한다면 의미가 없을 것이다. 이 책에서 예시하는 호흡할 때의 이미지네이션은,
들이쉴 때 : '나는 지금 힘과 건강, 생기를 흡수하고 있어.'
내쉴 때 : '나는 지금 힘과 건강, 생기를 내 세포들 속에, 뼛속에, 핏속에 집어넣고 있어.'
와 같은 방식으로 매우 의식적으로 호흡을 한다는 점이다. (7~10회 반복)
일종의 만트라 처럼 행위를 하면서 고도의 정신적인 생각을 불어넣음으로써 영적, 물리적 변화를 일으키도록 하는 것이다.
내 경우, 또 다른 책에서 읽은 호흡을 할 때의 진언으로
들이쉴 때 : 그리스도님,
내쉴 때 : 저희를 불쌍히 여기소서./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를 행하고 있는데, 호흡을 통해 예수님이 함께 하신다는 일체감을 느낄 수 있어서 큰 힘이 된다.
몸만 움직이지 않고 의식을 동반한다
소프롤로지의 특징은 몸만 움직이는 운동이 아니라 정신적인 활동을 몸의 움직임과 동반함으로써 몸만 움직일 때보다 심리안정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마음 속의 분노, 고통, 긴장, 스트레스 등 부정적인 것을 떠올려 몰아내고 아름다운 장면이나 좋아하는 배경, 향기, 색깔 등을 상상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내가 일상 속에서 하고 있는 방법 하나를 소개하면, 샤워를 할 때 빨리 씻고 가서 할 일을 생각하거나, 떠오르는 대로 걱정거리를 생각하지 않고(그것을 몰아내고), 바디 워시의 향기를 느낀다든가, 따뜻한 물의 온도와 감촉을 느낀다든가, 의식을 '지금, 여기'에 두는 것이다. 언젠가 한 스님께 들은 바로는, 우리가 식사를 할 때 숟가락으로 밥을 떠서 입으로 가져가는 동안, 무의식은 여덟가지의 다른 생각을 한다고 한다. 하나의 활동을 통해 의식적으로 연습을 하면 다른 일을 할 때도 떠오르는대로 생각하지않고 의식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이 길러진다.
틱낫한 스님의 먹기 명상
먹기와 관련한 틱낫한 스님의 유명한 일화가 생각난다. 아마 류시화 작가님이 쓰신 글을 통해서 읽은 것으로 기억된다. 언젠가 틱낫한 스님이 교도소에 교화 법회를 가셨고, 유명한 스님이 오신다고 수감자들은 관심을 보였다. 대강당에 사람들이 들어와도 스님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고요히 명상을 하시고 사람들에게 아는 척을 하지 않으셨다. 더 많은 사람들이 들어와서 제법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는대도 스님은 계속 눈을 감고 명상을 하셨고, 수감자들은 자신들을 무시하는 태도라고 여기고는 반감을 가졌다. 스님은 온 마음으로 먹는 것에 대한 법문을 하셨고, 곧이어 점심 식사 시간이 되었다. 스님이 식당에 들어섰을 때, 수감자들은 이미 자신들의 식판을 비운 후였다. 급하게 식사를 해치운 수감자들은 스님이 식사하시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스님이 천천히 식사하시는 모습을 모두 다 집중해서 보게 되었다. 오후 법문 시간에 한 수감자가 일어나서 질문을 했다.
"스님께서 식사하시는 모습을 보고 평화를 느꼈습니다. 어떻게 하면 저도 그런 평화를 느낄 수 있겠습니까?"
다른 수감자들도 같은 것을 느끼고 있었다. 스님은 온 마음으로 식사하기에 대해 말씀하셨고, 그 교도소에 맞는 수행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도록 안내했고, 많은 사람들이 교화되고 감화되었다는 이야기다.
텔레비전 끄기 때로는 텔레비전을 보며 음식을 먹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텔레비전을 껐는데도 마음속 텔레비전은 여전히 켜져 있습니다. 그러므로 내 머릿속의 텔레비전도 꺼야 합니다. 계속해서 생각을 하고 있으면 마음이 분산됩니다. 참으로 현존하려면 집 안의 텔레비전이나 라디오뿐 아니라, 머릿속 대화와 영상도 꺼야 합니다. (19쪽)
걱정을 씹지 말고 음식을 씹어야 음식을 먹으면서도 때로 음식 생각을 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과거나 미래 일을 생각하거나 근심, 걱정을 곱씹는 거지요. 이제 사업이나 일 생각, 지금 일어나고 있지 않은 어떤 일에 대한 생각을 멈추십시오. 걱정을 씹지 마세요. 두려움이나 화를 씹지 마세요. 미래 계획이나 불안을 씹으면 음식 한 조각마다 감사를 느낄 수 없습니다. 그러니 그저 음식만 씹으십시오. (35쪽)
멈추고, 관찰하고, 호흡하라!
가끔 멈춰 있는 시간갖기, 어떤 기간이나 일이 끝나면 분주히 돌아다니는 것을 멈추기, 실제로 급하지 않은 일들은 무시하기, 이따금 자신과 세상에 친절하고 소중한 존재로 인정받기 위해 행동하거나 애쓰지 않기...... 우리는 외부적인 것, 긴급한 것, 강제된 일들에 너무 열중한 나머지 각자 고유한 삶을 제쳐놓고 본질을 망각하고 있다. 일상에서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는 데 도움이 되는 행동들을 스스로의 일상 속에서 찾아보면 좋을 것이다.
1. 자기 자신으로 돌아가기 위한 짧은 시간 갖기 (자리 잡기, 중압감 줄이기 등)
2. 어떤 훈련을 할지 선택하기
3. 내 몸을 살피고, 호흡하고, 만끽하기
-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을 보살피고 기쁘게 하는 것이다.
- 이미 해 본 것이라도 항상 '처음인 것처럼' 한다.
- 실행 중인 훈련에 최대한 몰두한다.
- 호흡에 집중해서 몸에 평행이 이루어지고 이완되며 가라앉는 것을 느낀다.
- 우리 인생길의 충실한 벗인 몸에게 감사한다.
기쁨과 행복은 당연하게 주어지지 않는다. 우리는 다른 어떤 곳도 아닌 우리 자신에게서 기쁨과 행복을 찾을 수 있다. -부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