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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 Apr 20. 2024

이모가 제일 좋아!

-스톱모션 <다섯 개의 병>


이모가 제일 좋아!

첫 조카가 태어났을 때의 기쁨은 정말이지 대단했다. 젊은 시절, 아이를 별로 안 좋아하는 줄 알았던 내 생각을 완전히 전복시킨 첫 조카의 이름은 서현이다. 서현이가 아기였을 때, 막 아장아장 걸으며 겨우 알아들을까 말까 하는 소리로 사물을 말할 때, 엄마 아빠 중 누구를 먼저 말할까 가 온 가족의 초미의 관심사일 때, 처음으로 했던 말은 '이모', 바로 나였다! 나만 보면 이모, 이모 하면서 손을 이끌고 장난감 통 앞에 데려가서는 같이 놀자고 하는 것은 기본이었고, 회사에서 일하고 있을 때 언니에게서 전화가 와서는 서현이가 계속 이모를 찾는다고 해서 퇴근길 발걸음이 빨라지곤 했었다. 애인 보다 더 보고 싶은 사람이 생긴 건 처음이지 않았나 싶다. 늘 이모를 찾는 아이를 보며 언니도 '서현이는 참 특이하네. 어떻게 엄마보다 이모라는 말을 더 많이 할까?' 신기해했고, 조카의 사랑을 듬뿍 받는 나는 퇴근길에 서현이가 좋아하는 과자나 장난감을 사서 문지방이 닳도록 드나들었다. 나를 안 좋아해도 무조건 이쁜 조카지만 특별히 내 이름을 많이 불러주고 찾아주니 더 이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엘모가 제일 좋아!

서현이가 엄마보다 더 많이 찾던 '이모'는 이모인 내가 아니라 바로 '엘모', 세서미 스트리트에 나오는 빨간 털을 뒤집어쓴 몬스터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서현이가 내 손을 잡아끌면서 했던 말은 '에(ㄹ)모'로 장난감 통에 든 수많은 놀잇감 중 제일 좋아하는 애착 인형, 엘모와 같이 놀자는 표현이었던 것이다. 그 일이 있은 후 세상을 살아가면서, 나와 악연 아닌 악연이 맺어진 엘모가 보일 때마다 아이를 별로 안 좋아했던 나를 회심하게 만들었던 조카, 서현이를 생각하게 된다. 말도 안 통하는 작고 연약한 아이 한 사람의 등장으로 굳은 각질 같은 마음이 보들보들 해졌던 그때를 떠올린다. 무겁게 내려앉은 감정의 먼지를 털어내고 지금 순간에서 새롭게 태어나고 싶어 진다. 누군가의 손을 이끌고 같이 놀자 하고, 내가 아끼는 놀잇감을 보여주고 싶어 진다. 문구점에서 데려온 엘모 연필꽂이 하나로부터 시작된 스톱모션 영상을 연결하며 글을 마친다. 



노는 게 제일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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