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렌 Oct 01. 2016

턴다운

-새로운 변화를 위한 글쓰기

 

 월요일 부터 턴다운을 하게 되었다.
 지금 까지 하던 룸메이드 일은 아침에 출근해서 저녁에 퇴근하는 주간 근무로 기본 룸 11개 (+over room)를 정비하는 잡이었고, 턴다운 서비스는 호텔에 투숙한 고객이 잠들기 전에 잠자리를 한번 더 정리해주는 세컨드 서비스의 일종인 야간 근무에 해당한다. 주간 근무 보다 몇 시간 늦게 출근해서 기본 룸 6개 (+over room)를 정비하고 저녁을 먹고 턴다운 서비스를 하는 형식이다.

 턴다운 하는 사람이 그만두고 한동안 자리가 비어서 주임들이 돌아가면서 턴다운 서비스를 하고 있었고, 턴다운 할 메이드를 구한다는 소식이 들렸지만 별 관심이 없었다.
 일하고 돌아오면 쓰러져 자기에 바빴던 적응 기간이 지나고나자 저녁 시간에 슬슬 피아노도 치고 서점도 다니면서 다시 꿈을 꾸기 시작했다. 휴일엔 마음가는대로 다니면서 가게도 구경하고 부동산도 가보면서 현실에 얼마나 근접했나 타진해보기도 하던 중에 당장은 아니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내 사업을 하게 될 때, 작아도 고정적인 수입이 끊기면 안되겠다 싶어서 메이드 파트타임을 알아 보던 중이었다. 돈은 적어도 시간도 적을 테고 그럼 내가 하는 일을 하면서 하루의 일부는 메이드 파트타임을 해서 안정적인 수입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기대와는 달리 파트타임은 매일 출근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에서 필요할 때 부르면 오고 일이 없으면 쉬어야 하는 잡이었다.
 하지만 언제 부를지 모르니 그 시간대는 항상 비워놓아야 하는 일이니 매일의 일과와 수입이 안정적이지 못해서 내가 생각하던 일이 아니었다. 

 그러던 중에 생각지도 않았던 턴다운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뭔가 변화와 집중을 필요로 하던 차에 나에게 또다른 기회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하룻밤 고민해보고 곧바로 지원했다.
 원래는 메이드 1년차는 넘어야 지원이 가능한데 이제 9개월 지나고 10개월 접어드는 신입인 나였지만 턴다운이 없는 관계와 대신 일하고 있는 주임들이 힘들어하는 점 등 현실 상황이 반영되어 흔쾌히 받아들여졌다.
 주간 근무와 큰 차이는 없지만 야근 수당이 조금 더 붙는다는 점에서 수입이 조금 더 늘어난다는 점이 어떻게되든 손해볼 것은 없다고 생각했고, 무엇보다도 오전 시간대를 사용할 수 있게된다는 점에 벌써 가슴이 설렌다.
 어떤 사람들은 턴다운이 힘들어서 다 그만둔다느니 혼자 일해서 무섭겠다느니 부정적인 우려를 하기도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이 생각하기 나름이고 모든 기회는 자신이 만들기 나름이다.

 나는 성향 자체가 사람들과 어울려서 일하는 것 보다 혼자 하는 일을 좋아하니 그 점도 좋고, 턴다운은 밤시간이라 고객이 룸에 있는 경우가 많고 외국인을 응대해야 하는 경우도 많이 생기게 되므로 평생 해야할 공부 목록에서 지워지지 않았던 영어 공부도 이번 기회에 생생하게 해볼까 한다.
 무엇보다도 오전에 생기게 되는 몇 시간이 나에겐 그야말로 골든타임이다. 이 시간에 집중해서 책도 보고 글도 쓸 수 있게되어 정말 행복할 것 같다.

 이 글을 쓴 목적이 있다.
 모든 새로운 변화는 적응할 때 까지의 고된 시간을 필요로 한다.
 내가 생각하고 상상하는 장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가 되었을 때 생각지도 못했던 어려움이 발생할 것이다. 당연히.
 그 때 지금의 초심을 기억하고 그 어려움을 가볍게 지나보낼 수 있도록 미리 사용설명서와 같은 문서를 작성하는 것이다. 

< 힘은 들겠지만 , 이 점을 기억하렴. >
1. (너무나도 중요한) 수입이 늘어난다.
2. (그토록 원했던) 오전 시간대에 글을 쓸 수 있다.
 (적응되는대로 원한다면 로망 중 하나인 바닷가 아침 조깅도 가능하다! -이 때는 핫팬츠를 입어줄 것이다. 가끔 까페에 가서 느긋한 브런치도 먹어준다면 이 생활을 선택한 것에 더 만족하게 될 것이다.)
3. 많은 동료들의 침입감정으로 부터 자유롭게 혼자 일할 수 있고, 수많은 A언니들의 수많은 B중 한 명이 아닌, 턴다운 메인이 된다.
4. 나에게 필요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고, 내가 원하는 일에 더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다.
5. 더 고독한 상황으로 몰아가 실존을 만난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자, 이제 돌아보지 말고 헤쳐나가자.



-16일차



매거진의 이전글 일상에 대한 예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