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님 글도 좋아요> 한나 작가님, '여름밤에 너를,'
제 7 회 오렌문학상 수상작은
한나 작가님의 시 '여름밤에 너를' 을 선정하였습니다.
#1
가을의 미풍이 그리워 선풍기의 미풍을 켰다
가을의 바람에선 너의 냄새가 났는데
무색의 바람은 무심하다
로봇청소기가 하필 전원버튼을 눌렀다
무색의 바람마저 멈춰버린 밤
#2
가을의 너는 내게 말했지
나의 오래된 기와가 되고 싶다고
나의 지붕이 양철슬레이트인지 넌 몰랐다
비가 올 때면 요란한 소리를 내는 내 옥탑방을
너는 미처 몰라봤나 보다
내가 기와집인 줄 알았던 너는
#3
양철 지붕의 빗소리와 무색의 바람에 문득,
네가 그리워 사랑한다고 말하러 가려 신을 신었다
습관처럼 돌멩이 몇 개를 발로 차버리고 돌아왔다
사랑한다고 말하러 가려했다가
한나 작가님의 글을 읽고 이런 댓글을 썼습니다.
"지난번에도 작가님이 쓰신 어떤 글을 읽으면서 제가 쓴 것 같은 느낌을 받았는데, 이 글도 꼭 그렇습니다. 뭐라고 코멘트를 붙일 수 없는 먹먹함이 느껴져서 여러 번 읽어 보았네요."
저는 시라는 장르를 잘 모르고 의식적으로 써본 적도 없는데, 시를 쓰신 분께 상을 드린다? 이런 게 말이 되나? 싶은 생각을 잠깐 했지만,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지금까지 드린 어떤 오렌문학상도 모두 물러야 되고, 출간을 앞둔 저의 책이며 작가라는 호칭 등 모든 것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자격이란 건 어떻게 생기는 걸까요?
저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띄엄띄엄 떨어져 있는 섬과 같은 우리의 삶이 흔들리지 않고 견고하게 수면 위에 존재할 수 있는 것은, 보이지 않는 물 밑에서 그 섬들을 연결해주고 있는 거대한 지반이 있기 때문이고, 그 반석을 '무의식(의 신)' 또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시를 쓰지 않지만,
시를 알지도 않지만,
좋은 시를 보고 공감하고,
언젠가 나도 시를 쓰고 싶어 합니다.
'감동할 수 있는 마음 하나'로,
'근거 없는 자신감'을 소환하고,
'무의식의 문학의 신'을 불러내어,
이에 상을 드립니다.
오다 가다 눈길이 머문 곳에서,
마음을 움직이고 위안을 주는,
그리고 다시 내 자리로 돌아왔을 때,
뭔가 풍성해지고 촉촉해지는,
아름다움을 주는 예술가로, 미의 사도로,
우리 곁에 오래 머물러 주시기 바랍니다.
제 5 회 오렌문학상 수상자이신 글방구리 작가님의 글을 소개하오니 재미로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ㅎㅎ
(*원문 <이참에 맨부커상에 도전을?> 의 일부이며, 전체 문맥에서 일부를 따온 관계로 글에 누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글방구리 : (...) 이런 상상을 해봅니다. 제가 오렌문학상을 탄 것에 자극을 받아서 열심히 글을 쓴 결과, 기똥찬 책을 써서 이상문학상이나 동인문학상, 나아가 맨부커상을 탔다고요. 그러면 제 이름은 뉴스에 도배될 거고, 저를 인터뷰하겠다는 기자들이 따라다니겠죠. 제가 북토크를 한다거나 강의를 한다면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 거고, 어쩌면 방탄소년단의 '아미' 같은 팬덤, 팬클럽이 생길지도 모르죠. 그리고 저는 그 팬들과 함께 제가 어릴 적에 살던 미아리 집을 가보는 거예요. (...)
오렌 : 작가님의 즐거운 상상에 한 줄 덧붙이면 작가님의 팬클럽 미팅에 제가 깜짝 게스트로 등장하여 특별 강연을 하는 겁니다. 강연이 끝나고 나면 사람들의 질문이 쇄도합니다.
'오렌문학상을 만들게 된 경위는 어떻게 되나요?', '선정 기준은 무엇이었나요?', '오렌문학상을 받은 분들의 근황은 어떻게 되나요?'
질문이 너무 많아서 세 분만 더 받고, 다음에 다시 북콘서트를 갖기로 약속합니다.
<오렌문학상 수상작 모음집>을 출간하여 모든 수상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대토론회가 열립니다.
사람들이 우리의 사인을 받기 위해 줄을 서고...
고만하겠습니다. ㅋㅋㅋ
글방구리 : 강연회장에 오신 분들이 접수를 하는 동안 스피커에서는 라얀 작가님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겠네요. 강연장 규모를 알 수 없습니다만 오렌문학상 수상 작가님들을 모두 초대할 수 있는 영광도 주어지면 좋겠네요. 그날에는 제가 특별 제작한 오렌문학상 트로피를 실물로 만들어 작가님께 선물로 드릴게요.(순금이 몇 돈이나 들어가려나...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