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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 Jul 25. 2024

제 8 회 오렌문학상 수상작 발표

12화. Bono 작가님. <선택한 자유의 자긍심과 고독에 관하여>





제 8 회 오렌문학상은 Bono 작가님의
<선택한 자유의 자긍심과 고독에 관하여>
로 선정하였습니다.




꿈꾸는 일이 한 가지 있습니다. 제 나이 55살이 되면 이 나라가 아닌,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나라에 가서 완벽한 고독을 꿈꾸며 몇 년쯤 살아보는 일이죠. 말도 통하지 않고, 물도 낯선 그런 곳에서 왜 살고 싶냐고 물으신다면 온전한 자유를 위해서라고 답할래요. 가족들, 일, 내가 해왔고 해야만 했던 모든 일들에서 잠시 벗어나 저만의 안식년을 갖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 월화수목월월월을 버티고 있죠.



이러한 꿈을 꾸는 것이 가능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떠나 있고 싶은 모든 관계들 속에 만들어진, 제 영역 안의 안정된 삶이 있어서겠죠. 만일 어떤 중대한 사고가 제가 거역할 수 없는 사회적 사건 등으로 이런 꿈을 꿀 수 없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영화 <노매드랜드>의 주인공 펀(Fern)을 통해 그녀가 선택한 자유에 대해 곰곰 중입니다. 제시카 브루더라는 미국의 저널리스트가 2009년 이후 금융위기로 인해 무너져버린 미국의 많은 중산층 가정을 취재라며 쓴 책을 본 프랜시스 맥도먼드가 제작자로 이 책을 토대로 홈리스들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로 만들려고 했답니다. 클로이 자오를 감독으로 선임하고 의논하던 중 펀이란 가상의 인물이 직접 홈리스가 되어 자신들이 카메라에 담으려는 인물들 사이에서 그 삶을 경험하는 형식으로 촬영을 하기로 기획의 큰 틀을 바꿉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영화 <노매드랜드>, 만나보셨나요?



창고문을 열어 물건을 꺼내는 펀의 얼굴은 곧 울 것처럼 일그러집니다. 상자에서 꺼낸 옷에 얼굴을 묻었다 가슴을 품는 몸짓은 애절함이 가득해요. 그리고 그녀는 옷을 내려놓고 길을 떠나죠. 낡은 차에 자신의 전재산일 것 같은 낡고 단출한 살림도구들을 싣고 길 위를 달리는 그녀는 단발성 고용으로 아마존에서 일을 하기도 하지만, 신년행사를 앞두고 계약기간이 만료되죠. 당시에는 이렇게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노년층의 단기고용이 급증했었다더군요. 국가에서 세제혜택을 주고, 노조도 만들지 않아 쉽게 고용하고 자르기도 쉬웠던 인력들. 그들이 내몰린 세상은 유대감을 갖기 힘든 철저히 분업화된 공장의 한 귀퉁이였어요. 컨베이어벨트 위 스타카토로 찍히는 물건들을 분류하고 라벨링 하는 기계적 작업에 소요되는 로봇팔보다 조금 더 관리가 편한 노동력으로 살아가는.



새해를 맞이하는 자정의 밤, 추위를 견디며 홀로 있던 그녀는 일자리를 찾아 다시 방랑을 시작합니다. 드러다 린다 메이와 스웽키, 밥 웰스, 데릭 등 다양한 인물을 만나죠. 특이점은 그들 모두 정말 홈리스였다는 것이죠. 애리조나 주에 넓은 집을 짓고 싶다던 린다 메이. 펀을 살갑게 챙기며 의지할 곳 없이 공허한 눈빛을 갖고 살아가던 그녀가 이동하는 순간순간 길목을 지키며 곁을 내주는 존재죠. 폐암이 뇌까지 전이되어 힘들어하면서도 젊은 시절 보았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인 알래스카 호숫가로 가기 위해 여행 중인 스웽키. 그녀는 펀에게 그녀의 추레한 자동차를 단장하는 법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야 하는 삶의 의지를 일깨워주죠. 그리고 아들이 자살한 뒤 삶의 의욕을 잃었다가 어려운 이들을 돕는 RTR이란 쉘터를 만들어 생활해 가는 밥 웰스. 그는 남편을 잃은 상실감으로 고통스러워하는 펀이 왜 다른 이들과 유대관계를 이어가며 살아야 하는지를 깨닫게 해 줍니다. 펀이란 이름이 고사리과의 양치식물이란 뜻이래요. 그녀는 그 이름처럼 살아남아요. 상실의 아픔과 함께 사라진 삶의 의욕을 되찾아가면서요.



영화 속 데릭이란 청년을 만나 그에게 자신이 결혼식 날 쓴 시를 들려주는 장면이 나와요. 펀 자신이 만든 시라면서 암송을 하죠.




그대를 여름날에 비할까?

그댄 여름보다 부드럽고 사랑스러워라.

거친 바람이 5월의 꽃봉오리를 흔들고

우리가 빌려 온 여름날은 짧기만 하네.



때로 하늘의 눈은 너무 뜨겁게 빛나고

황금빛 얼굴을 번번이 흐려진다네.

아름다운 것들은 아름다움 속에서 시들고

우연히 혹은

자연의 변화로 빛을 잃지만

그대의 여름날은 시들지 않으리

그댄 그 아름다움을 잃지 않으리



죽음도 그대가

제 그늘 속을 헤맨다고 자랑 못하리라.

그댄 영원한 운율 속에

시간의 일부가 되리니



사랑이 숨을 쉬고 눈이 보이는 한

이 시는 살아남아 그대에게 생명을 주리.




그녀 스스로 타인에게 자신은 홈리스가 아닌, 하우스리스라 밝히는 장면이 나오죠. 그녀의 마음속에 비록 정주할 공간을 없지만, 사랑이 가득했던 공간을 사라지지 않았기에 그렇게 말했겠죠. 선택한 자유의 자긍심이 거기에서 느껴졌어요. 상대를 응시하며 하는 그 말을 통해 주거의 형식이 우선이 되어 집이 자산가치로 환산되는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어쩌면 더 마음이 빈곤한 존재들은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후 펀은 엠파이어 US석고 회사의 주택단지 안 자신의 집으로 돌아갑니다. 창고에 보관 중이던 모든 짐을 처분하고, 텅 빈 집에 들어선 그녀는 자신이 말했던 집 뒤 풍경 앞에 섭니다. 끝없는 지평선이 자리한 사막의 평원, 우뚝 서 있는 산, 그리고 길… 한참을 응시하고 서 있던 그녀는 집 문을 닫고 경계선 밖으로 나와 마당을 통해 끝없이 펼쳐진 사막 위 길로 걸어 나가죠. 풍경과 집은 그대로인데, 길을 나서는 그녀는 달라져 있어요. 초조하고 신경질적이던 얼굴에서 엠파이어 산의 고요한 능선을 닮은 견고하고 단단한 표정으로 바뀌었죠. 그런 그녀를 뒤에서 지켜보는데 마치 제가 그녀를 배웅해 주는 것만 같았어요.



여운이 정말 긴 영화예요. 사람과 사람 사이 마치 쉼표처럼 놓이는 광활한 서부의 자연환경들과 펀이 아주 작은 어린 소녀처럼 보이게 만들던 서로 다른 색의 노을. 그리고 계절별로 달라지던 자연의 색들이 보는 내내 마음을 사로잡아요. 서정적인 음악들이 장면과 장면의 이음줄이 되어 온전히 몰입하게 만들어줍니다. 펀이 마침내 깨달은 한 가지를 마음에 담습니다.



모든 인연들의 맞닿음과 분리 사이. 우리가 이름 붙인 이별이란 시간이 이별이 아닌 다시 만나기 위한 에움길 위의 여정이란 걸 말이죠. 오늘, 우리 같이 길 위에 서보실래요?













Bono 작가님의 이 글은 백회를 상회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수십개의 장문의 댓글 행렬을 이루어 굳이 상을 드리고 이 페이지에 소개하지 않더라도 이미 많은 분들께 나누어진 글입니다. 

홈리스와 하우스리스에 대한 저의 오랜 관심이 투영되어 작가님께서 소개하신 영화, <노매드랜드>를 진지하게 보았고, Bono 작가님의 글과 영화 <노매드랜드>를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한때, 남들이 부러워하는 비싸고 좋은 집을 가졌을 땐, 마음은 집 밖을 동경하느라 분주하여 그 좋은 집에 머물지 못했고, 마음이 안정되었을 땐, 집을 구하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야했지요.

홈리스와 하우스리스를 오가는 분열된 삶의 궤도가 하나로 합쳐진 궁극의 안식의 공간인 home을 꿈꾸면서요.


우리가 머무는 공간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단지 물질적인 가치를 띤 house의 개념이 아닌, 정신이 머무는 신체로 부터 시작해서, 안전한 주거, 부강한 국가, 평화로운 세계로 생각을 확장해 봅니다.

미래의 사람들에게 내어줄 자리라는 것이 과연 있는지 반성해 봅니다.

불안하게 떠도는 것이 아니라 비로소 안정을 찾게되는 home을 이루는 요소들을 떠올려 봅니다.


Bono 작가님께서 공들여 쓰신 한 편의 아름다운 글을 통해 무분별하게 쌓인 감정이 만들어내는 혼돈의 카오스와 일상의 질서를 회복하는 코스모스의 공간을 분별해 보았습니다. 내 한 몸을, 온전히 현존하는 거룩한 한 순간, 충일하고 충만한 감정이 있는 곳으로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작가님께서 쓰신 제목 <선택한 자유의 자긍심과 고독에 관하여> 숙고하면서요.



아래에 소개하는 노래, 최유리 <밤, 바다>는 Bono 작가님의 또 다른 글, <아이야>에서 소개해주신 곡입니다. 그 글에 저는 다음의 댓글을 썼고, 이 댓글이 Bono 작가님께 상을 드린 이유가 될 것 같습니다.


"시도, 노래도 너무 아름답고 위로를 주네요.

프란치스코 *교종님께서 예술가는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으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미의 사도라고 하셨습니다.

무더위에 지친 오후... 달과 바다가, 시와 노래가, 아름다움을 일깨우고 한줄기 바람이 되어 등 뒤로 지나갑니다."


*교황이라는 표현은 중국에서 들어온 표현으로 실제로 신학적인 의미에서 교종이란 말이 더 적합한 표현이고, 프란치스코 교종도 더 선호하는 표현입니다. -라얀, <하느님의 종들의 종>에서 인용








하우스와 홈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가운데, 공교롭게도 라얀 작가님께서 이사 문제로 바쁘신 관계로 낭송을 한 회 쉬어가십니다. 라얀님께서 안정적인 공간에 잘 안착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글방구리 작가님 연재브런치북 <그 사람이 했던, 어떤 좋은 일> 13화. <상복 있을 여자> 편에 영광스럽게도 오렌문학상이 소개되었습니다. 열심히 놀았을 뿐인데, <노는 게 제일 좋아 상>을 받았네요. 

글방구리 작가님, 감사합니다! ^^/

상이 난무하는 풍성한 브런치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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