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바쁜 이는 스쳐 지나갈 수도 있는 일을 발견하고, 관심을 갖고, 기억하여, 새로운 정서로 창조하는 것이 예술가의 일입니다. 오가는 길에 만나게 된 김정준 작가님의 런던 비둘기 사진과 글, 그림은 바쁜 와중이었지만 잠시 머물러 묵념하게 했습니다.
바쁘다(忙)는 말의 한자는 마음 심(心) 자와 망할 망(亡) 자의 결합으로, 풀어보면 '마음이 망했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여러 일로 분주하고 서두르게 되는 바쁜 상태인 망한 마음으로는 할 수 없는 일, 차분한 시선으로 세상을 관찰하고 자신만의 필터로 표현하여 사람들의 마음에 새로운 정서를 전달하는 예술이 중요한 시절이 아닌가 합니다.
작가님의 글에 나오는 영화 <The Hours>는 아방가르드 음악가로 알려져 있는 필립글래스가 음악을 맡은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미국의 작곡가 필립 글래스는 한창 열심히 작곡을 할 때도 부족한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이삿짐도 나르고 배관 일도 했다고 합니다. 미술 평론가 로버트 휴즈가 자기 집 식기 세척기를 고치고 있는 사람이 세계에서 제일 유명한 아방가르드 작곡가인 걸 보고 놀랐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습니다. 그는 마흔두 살까지 택시 운전을 했습니다. 그의 음악은 정반대의 것이 충돌하면서 만들어낸 진보의 세계, 즉 인류가 걸어온 길이라는 평을 받는데, 이는 그의 인생역정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제 인생의 어느 여름날, 지구의 한 모퉁이를 쓸고 있을 때, 지쳐서 카페에 갔다가 집어든 잡지의 한 코너에서 읽은 필립글래스의 사연은 밥벌이를 하면서 조각 글을 쓰고 손바닥만 한 스케치에 머물던 당시의 저에게 큰 위안과 감동을 주었기에 이 페이지에서 소개해 보았습니다.
이 무더위 보다 더 뜨거운, 펜에 대한 작가님의 열망을 엿보면서 '글쓰기가 나에게 무엇인가?' 성찰할 수 있는 글이었기에 이 페이지에서 다시 한번 나누어봅니다.
해조음 작가님께서 메인에 올려주신 그림, 들라클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을 보면서 영화 레미제라블 OST. '민중의 노래'가 들려왔습니다.
저는 사람들이 자신을 유명 작가나 세계적인 작가에 비하면서 자신을 의심하거나, 좌절하거나, 조급해할 필요가 없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우리 각자는 더 높은 곳, 크고 빛나는 곳으로 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언젠가가 아닌 이미", "지금 여기에서", 우리 손가락의 지문처럼 "대체불가능한", "유일무이한" 존재니까요.
내 삶의 주인공으로서, 나의 별을 바라보고, 나의 가슴에서 울리는 북소리를 듣고, 나의 소명을 발견하고, 나만의 펜의 신을 영접하여, 자유를 누리는 예술가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