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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 Oct 17. 2024

제 15 회 오랜문학상 수상자 발표

- <작가님 글도 좋아요> 24화.





제 15 회 오랜문학상은
벨라 Lee 작가님의 시
'그게 진짜 너야'로 선정하였습니다.




작가소개

읽고 쓰며 사랑하고 배려하는 삶을 위해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게 진짜 너야



불러서 오는 그곳 어디께 서있다 바라본다

머금다 사라지는 안갯속 고불거리는 길을 지나다

언뜻 비쳐 보이는 그림자에 흠칫 놀라 가만가만 본다

아무 소리 없이 고요한데 무슨 연유인지 누가 있을 것만 같다



찾아본다 한들 찾아지지 않고

비워낸다 한들 비워내지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계속 헤매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생각하다

그래 그랬지 그랬었지 그랬겠지 이내 끄덕인다



잡기 위해 애썼던 시간들이 이제 빛을 내려나

켜지지 않는 렌턴을 들고 요리조리 살펴본다

부끄러워만 하던 조용했던 네가 넌지기 고개를 든다

내가 찾았던 건 다른 누가 아닌 내 본모습이었나



숨기려 했던 조그마해진 나의 모든 것이

이제 살아나 큰 바다에서 유영하려는 몸짓에

그 펄럭임에

두려워진 마음 여미고 육지로 돌아갈까도 싶다

하지만 이젠 다르고 싶은 내가 있다



걸어간다 뚜벅이

뛰어간다 펄쩍이

날아간다 훨훨이



이 중에서 내가 가는 길

어디까지일지 아직은 몰라

가도 가도 끝이 없었으면

그래서 뒤를 안 봤으면



작고 작은 나의 꼬맹아 잘 가

이제 머뭇대는 뒷걸음질은 없을거니까

가다가 가다가 팔다리 시큰거릴 때쯤

별거 아니게 돌아보고 웃어봐

너의 진한 땀방울에 꽤나 개운해질 것이야



파도를 데려와 타고 가자, 힘차게

바로 그 아이가 진짜 너야

당차다 못해 무모하리만치 용감무쌍한 너







'뒷걸음질하며 머뭇대는 모습'으로, 또는 '당차다 못해 무모하리만치 용감무쌍한 모습'으로, '작고 작은 나의 꼬맹이'로... 마음에 쏙 와닿는 낱말들로 내 안의 어린아이를 표현해 주신 작가님의 시를 읽으면서 '성장'이라는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성장 소설, 성장 영화라는 장르는 많이 들어보았지만 성장 시라는 표현은 별로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벨라Lee 작가님의 '그게 진짜 너야'를 읽으면서 마음에 물결이 일고, 파도가 치고, 한번 더 해보고 싶은 용기가 솟아올랐습니다. 



안의 동굴에서 길을 잃고 차갑게 웅크린, 또는 물가에서 위험하게 활개 치는 어린아이를 다그쳐서 다시 균형을 잡고 용기를 북돋아 나아가도록 돕고 싶어집니다. 비슷한 반복에 실망스럽고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자신을 용서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한번 노력하고 경험을 쌓아 발전된 모습으로 나아가는 것, 바람과 비를 견디며 인내함으로 키워내는 열매를 떠올려 봅니다. 은빛 물결 눈희망의 아침 바다만이 아니라, 처연하게 내려앉으며 마지막 화력으로 더 붉게 타오르는 낙조의 바다도 아름답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습니다.



어떤 길이 더 안전할지, 어떤 쪽이 더 안락할지, 어떤 게 나다움인지 우왕좌왕하는 일을 멈추고, 흔들리는 터전, 나의 길을 향해 단호하게 걸어가는, 성장하는 아이들, "진짜 나", "진짜 우리"를 믿고 응원하겠습니다. 매일매일 새로운 도전에 힘이 되는 시, 지어주신 벨라Lee 작가님, 감사드립니다.







작가님의 시상을 흐리게 하는 것이 아닐지 약간 걱정을 하면서... '그게 진짜 너야' 를 읽고나서 연상된, 제가 좋아하는 노래 한곡을 연결해 봅니다.


해에게서 소년에게



라얀 작가님께서 운영하시는 독립출판사 마니피캇을 통해서 오랜문학상 수상 작가들의 글 모음집을 준비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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