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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 Oct 18. 2024

세상의 지평을 열어갈 나만의 탐험선을 만들어라

-<종이 놀이터> 최종화




아프리카에서는 매일 아침 가젤이 잠에서 깬다.
가젤은 가장 빠른 사자보다 더 빨리 달리지 않으면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온 힘을 다해 달린다.
아프리카에서는 매일 아침 사자가 잠에서 깬다.
사자는 가젤을 앞지르지 못하면 굶어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온 힘을 다해 달린다.
네가 사지든, 가젤이든 마찬가지다.
해가 떠오르면 달려야 한다.

-호아킴 데 포사다, 엘런 싱어 <마시멜로 두 번째 이야기>


오래전에 읽은 인상적이었던 이 글이 오늘 해야 할 말에 딱 적절한 인용이 될 것 같아 생각이 났습니다.

스톱모션 영상들이 아직 남아있고, 30화까지 채우려는 목표였으나, 현실은 언제나 생각보다 빠르게 닥쳐오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언제나 현실을 따라잡는 것뿐인 것 같습니다. 가젤과 사자처럼 저에게도 달려야 할 새아침이 밝아왔습니다.




2021년


이 종이배를 띄우면서 정들었던 스톱모션 친구들과 아쉬운 작별 인사를 했습니다. 

이름도, 얼굴도, 나이도 모르는 인터넷 친구들이었지만, 아쉬워하는 인사들에 고향을 떠나는 기분이었지요.





2024년


그로부터 3년 후, 또 다른 배를 이번엔 수채화로 그렸고, 책의 한 페이지가 된 이 배를 친구들과 함께 보면서 우리 중에 누구, 누구 같다며 이야기 꽃을 피웠습니다. 한 때, 간절하게 함께 하고 싶었던 일이 무산된 아픈 상처를 나눠 가진 친구들, 시간이 흘러 상처가 아물고, 그림을 사이에 두고 다시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선생님, 취업 축하드려요!
올해 초에 클라우드 나인이라는 연극을 보았는데 어디에 있던지 꽃잎은 꽃잎이라는 구절에 마음이 정리가 되었어요. 선생님께서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고 계시더라도 저에게는 항상 감사한 스승님이고 멋진 글과 그림을 그리시는 예술가이고 제 이야기를 책 속에 담아주신 소중한 작가님이랍니다. 
참! 항해하는 그림이 저는 응원받는 느낌이라 언젠가 감사하다는 인사를 꼭 드리고 싶었어요. 
감사합니다!!!




2027년


3년 전, 유튜브라는 놀이터에서 1년간의 시한부를 스스로 걸어놓고 수익화를 목표로 항해했던 종이배를 멈춰놓고 재미있게 놀던 친구들과 인사하고 어디론가 떠났습니다. 


그로부터 3 년 후, 브런치라는 놀이터에서 또다시 1년간의 시간을 걸어놓고 한 권의 책을 목표로 달려왔고, 목표한 책을 다 썼으므로 또 다른 종이배를 그려놓고 다시 어디론가 떠납니다. (돈 벌러 간다는 말을 멋지게 표현하고 싶어서 이렇게 썼지, 브런치를 떠나는 건 아닙니다.)


지금으로부터 3년 후, 또 어떤 이름의 놀이터에서, 어떤 모양의 배를, 누구와 함께 타고, 어디로 가고 있을까요? 


30년 후를 떠올리며, 높은 곳은 깎고 낮은 곳은 메꾸어, "세상의 지평을 열어갈 나만의 탐험선", 오렌의 방주를 만들려고 합니다. 이 멋진 표현을 제가 지어냈으면 좋았겠지만, 물리학자들의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의 박사 학위 논문에서 따온 것입니다. 


누구도 완전히 예측 불가능하다는 불안의 시대, 흔들리는 터전에서 세상을 건너갈 나만의 탐험선을 멋지게 만들어 가기를 바랍니다. Stop이 아닌 Pause입니다. I'll be back!




 연재 중인 모든 브런치북을 순차적으로 종료하고, 새롭게 짜인 생활 패턴에서 지속가능한 기획으로 이어가겠습니다. 브런치 생활은 소중하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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